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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흙과 숲과 바다와 별을 만나는 여행

아이에게 자연을 소개해 주는 법

by 시골쥐 Aug 20. 2023

제주도에 오래 머물다 보니 신기하고 신비로운 자연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휴양지 감성에만 빠져 살았는데, 보름쯤 지나니 '내가 대자연 속에서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산분출 흔적이 가득한 해안, 원시림 그대로의 한라산, 제 각기 다른 멋을 갖고 있는 오름과 그 주변에 펼쳐진 들판까지. 제주도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자연이 없다.


여담으로,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관련해서 현지분에게 들은 재밌는 얘기가 몇 가지 있어 소개한다.

제주도에는 다람쥐가 없다. 그래서 도토리가 떨어지면 썩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곳곳이 오름과 숲인데 다람쥐가 없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이 얘기는 식당에서 도토리묵을 서비스로 받으며 들었다.

제주도에는 구렁이가 없다. 섬이라는 특성과 자연환경 조건 때문에 제주도에는 뱀이 정말 많다. 각종 독사와 비바리뱀과 같은 희귀종도 있는데 신기하게도 구렁이는 없다고 한다.

제주도의 원시림인 곶자왈이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10% 미만이 남았다고 한다. 그 개발의 결과로 골프장, 신도시, 관광시설이 생겼다. 천연관광지를 파괴하고 인공관광지를 채우는 셈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주살이를 계획하면서 아이가 자연을 가깝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흙, 숲, 바다, 별 네 가지 테마를 정해서 아이에게 자연을 소개해 주었다.


1. 흙 :  평대리 비자림 숲

위 치 :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55

이용요금 :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소요시간 : 약 1시간 ~ 3시간

별 점 : 카카오 4.4점, 시골쥐 가족 4.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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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흙냄새를 맡으며 걸을 수 있는 장소를 찾다가 비자림을 골랐다. 제주도에는 유명한 자연휴양림이 몇 곳 있는데 내 경험으로 비자림보다 아이가 걷기 좋은 곳은 없었다.

비자림의 최고 장점은 평탄하고 부드러운 산책로다. 경사가 없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유모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800년을 살았다는 비자나무를 비롯해서 오랜 시간 제주를 지켜온 나무들이 길을 안내해 준다. 입구부터 산책로까지는 포장길이고 산책로는 화산송이 길이다.

코스를 선택하기에 따라서 1~3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10시부터 15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운영되는 해설사님과 함께 걸으면 꽤 오래 걸린다. 해설이 재밌긴 한데 아이와 함께 가면 따라 다니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부드럽고 잘 정돈된 흙길을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길가에 핀 풀들이 아이의 시각과 후각, 촉각을 만족시켜 주었다.

#TIP 비자림 자연휴양림은 보존을 위해 반려동물의 출입을 불가하다. 비자림을 구경하는 동안 반려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니 절대 데려가면 안 된다. 비자림 내에는 화장실이 없다. 입구에 있는 한 곳이 전부다.


2. 숲 :  환상숲 곶자왈

위 치 :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이용요금 :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소요시간 : 약 1시간

별 점 : 카카오 4.4점, 시골쥐 가족 5.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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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쪽을 여행한다면 무조건 추천이다. 1시간 정도 입담 좋은 해설사님과 함께 하는 이 곶자왈 여행은 너무 즐겁고 유익하다.

놀랍게도 사유지다. 소유주분께서 곶자왈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일찍 알아채시고 당시 시세보다 몇 배 더 비싼 값으로 숲을 사셨다고 한다. 이후 병환으로 쓰러져 신체가 불편한 와중에도 곶자왈 숲을 정비하고, 그의 딸이 도시에서 돌아와 숲 해설을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방송되었고, 그것을 보고 감동한 남자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딸을 위해 곶자왈에 직접 결혼식장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연이 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해설이 있다. 그리고 각종 촬영지로 활용될 만큼 신비롭고 아름답다. 곶자왈의 특성상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서 눈이 내린 날 방문해도 좋다고 한다.

제주의 허파라고 하는 원시림, 자연이 만들어 낸 곶자왈의 아름다움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해설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숲 속 놀이터가 있는데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 우레탄 바닥이 아니라 낙엽이 푹신한 바닥에서 미끄럼틀 계단을 오르며 나무와 더 가까워졌다.

#TIP 바닥에 돌이 많고 울퉁불퉁하다. 어느 계절에 방문하든 반드시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근처에 만남한식뷔페라는 맛집이 있다. 신선한 야채와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점심시간만 영업을 하고 조기마감 되는 경우가 많을 만큼 맛집이다.


3. 바다 :  섭지코지

위 치 :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107

이용요금 : 없음 (주차비 10분 500원)

소요시간 : 약 2.5시간

별 점 : 카카오 4.4점, 애기야가자 4.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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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감성의 해변이 아니라 광활한 대양을 보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넓은 바다와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아이가 감탄사를 뱉어냈다.

언덕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가 뛰어놀기에 알맞은 코스다. 산책로 끝에 들판이 나오는데 말을 방목하고 있다. 말이 누워서 쉬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하는데 이곳의 말들은 누워서 쉰다. 그만큼 평온하고 평안한 곳이다.

등대전망대와 미술관이 있는데 아이와 함께 가서 가보진 않았다. 전망대는 너무 가파르고 미술관은 너무 조용하다.

제주도 동쪽을 여행하고 있다면 한 번 가볼 만하다. 성산일출봉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풍경이 비슷하니 둘 중 한 곳을 선택해 가보길 권한다. 나는 과거에 성산일출봉을 몇 번 가본 경험이 있어서 아이와 가는 것은 섭지코지를 선택했다. 아이와 가기에는 더 좋은 코스여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TIP 이동코스 내 화장실이 없으니 참고해야 한다. 코스 끝에 카페(3번째 사진 참조)가 있는데 그곳까지 가야 화장실을 쓸 수 있다. 유모차는 권장하지 않는다. 코스가 길어서 아이를 안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


4. 별 :  천백고지 휴게소

위 치 : 서귀포시 색달동 산 1-2

이용요금 : 없음

별 점 : 카카오 4.5점, 시골쥐 가족 4.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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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사진 출처 : 네이버블로그 은하수 여행가 초이>

한라산 천백고지 휴게소는 유명한 별보기 스팟이다. 요즘은 가로등과 아파트 불빛 때문에 시골에서도 별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천백고지 휴게소는 별이 쏟아질 듯 보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하나둘씩 더 눈에 들어온다.

새별오름도 별보기 스팟으로 많이 찾는 곳인데 두 곳을 모두 방문해 본 경험으로 천백고지를 추천한다. 이동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수고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간혹 이동하는 차의 불빛이 있지만 다른 스팟들에 비하면 광해가 아주 적은 곳이다.

아내와 아이에게 별자리 이야기를 해주며 별을 보았다. 22개월이라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아이가 연신 "아~ 아~"하고 대답했다. 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아이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TIP 4월 말에 방문해도 아주 춥다. 따뜻한 외투를 꼭 챙겨가야 하며 특히, 하의를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우리는 만만히 생각했다가 차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늦게 갈수록 사람이 적은데 좀 무섭다. 가는 길이 한라산 중턱에 오르는 길이라 험하고 어두우니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시골에 살며 좋은 점은 자연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 같은 문명사회의 편리함이 없지만 산과 물이 주는 여유와 안식이 있다. 나는 아이가 자연과 함께 크길 바랐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에 맞춰 빠르게 크는 것이 아니라 비옥한 땅처럼, 울창한 숲처럼 마음이 풍성하게 크길 바랐다. 제주도에 와서 흙과 숲과 바다와 별을 보여주며 살던 곳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아직 말이 트이지 않아서 아이에게 물어보진 못했지만, 다녀온 후의 모습을 보니 아이도 좋았던 것 같다. 아이의 웃음이 풍성해졌다.


인스타그램에도 놀러오세요:)

감성에세이가 가득한 시골쥐의 위로공간, 어른을 위한 마음쉼터 @seegoa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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