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를 할 때는 차를 가져가는 게 좋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여행기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렌트비용이 차를 가져가는 비용보다 비싸진다. 비수기 중형차의 한달 렌트비는 최소 100만원 정도다. 나의 경우 탁송비가 왕복 55만원(중형, 주유비 10만원 제외) 정도 들었다. 내 차를 가져가는 게 싸다.
둘째, 짐을 실어 보낼 수 있다. 캐리어, 주방기구, 아기 장난감 등 들고 가긴 불편하고 택배 보내기엔 애매한 것들을 차에 실어 보낼 수 있다. 막상 한달치 짐을 싸보면 챙겨갈 것이 많아서 이건 정말 큰 매리트가 된다. 나는 데스크탑도 가져갔다(플스도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다).
차는 가져가는 걸로 정했으니 이제 사람이 갈 방법만 정하면 된다.
잘 아는 것처럼 제주도에 가는 방법은 항공편과 배편 두 가지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공편을 타고 가는 것이 낫다. 상대적으로 배편이 매우 고생스럽다.
제주도에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은 8곳이 있다.
출발항별 소요시간
수도권 : 인천(13.5시간)
호남권 : 진도(1.5~2시간), 완도(2.5시간), 목표(4~5시간), 여수(5.5시간), 고흥(3.5시간)
영남권 : 부산 (11~12시간), 사천(6.5시간)
배가 비행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위 시간에는 차를 선적하고 하차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배에 머무는 총 시간은 소요시간에 2시간 정도를 더해야 한다. 최단시간이 소요되는 진도에서 배를 탈 경우에도 최소 4시간을 배에 머물러야 한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겠다면 모르겠으나, 아이를 데리고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아니다.
또 배편이 많지가 않다. 하루 1~2편 정도고 시간도 새벽, 야간인 경우가 많다. 사는 지역에서 여객항까지 이동하려면 상당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항구 근처에서 1박을 하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배를 타고 가려고 머리를 많이 굴렸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아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
간혹 그래도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저렴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도 않다.
고흥(녹동항)을 기준으로 중형차가 있는 3인가족의 제주도 배편 비용은 편도 약 37만원(탑승권 21만, 차 선적비 15만) 정도가 든다. 차를 탁송 보내고 사람은 비행기를 탈 경우 25만원(탁송비)+항공료가 든다. 결론적으로 항공권을 얼마에 구매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금액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3인 가족 항공료가 30만원이라고 하면 배로 가는 것보다 18만원이 더 비싸다.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편의성과 시간단축을 고려하면 쓸만한 돈이다. 우리가족은 평일에 이동했기 때문에 3인 10만원 정도에 비행기를 타서 배보다 훨씬 저렴했다.
차량을 탁송하려면 인터넷에 "제주도 탁송"이라고 검색해 보면 된다. 몇 군데 전화를 해 보았는데 금액과 친절도가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업체를 추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하지 않겠다.
예약 - 계약금 입금 - 출발지 차랑인계 - 잔액입금 - 도착지 차랑인수
전화로 일정, 지역 등을 확인해서 예약하고 계약금을 입금하면 확인문자를 보내준다. 그러고 나서 출발하기 전날(차가 육지에서 제주도까지 가는데 1일 소요) 실제로 탁송해 주실 기사님이 전화를 주신다. 그때 몇 시쯤 어디에서 만날지 정하면 된다. 차량이 무사히 인계되고 진도항(대부분 업체가 여기로 가는 것 같다)에 도착하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 이때 잔액을 입금하라고 하는데 바로 해도 되고 차를 인수하고 해도 된다.
보통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하기 때문에 내 비행스케줄에 맞춰 차가 도착해 있다. 출발지에서 차를 가져가신 기사님은 진도항까지만 운전하시고, 제주항에서 공항으로 가져다주시는 또 다른 기사님이 사전에 전화를 주신다. 생각보다 프로세스가 간단한데 예약할 때는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미리 알아두면 좋다.
(나는 업체, 육지탁송, 제주탁송 이렇게 계속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와서 정신이 없었다.)
유용한 팁 3가지
Tip1) 탁송비에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하이패스 카드는 빼놓는 것이 좋다.
Tip2) 차를 인계하기 전에 연료를 꽉 채워놓거나, 주유카드를 차에 두는 것이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사님이 개인카드로 연료를 넣고 따로 청구하기 때문에 조금 번거롭다(얼마를 주유할지 연락이 오기도 한다).
Tip3) 제주도에서 돌아올 때는 차를 공항에서 인계하는 것이 좋다(이럴 경우 집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차를 받게 된다). 제주도가 넓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탁송비용이 몇 만원씩 추가되는 경우가 많고, 대중교통이 많이 없기 때문에 공항까지 택시를 타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니까 차를 하루 늦게 받더라도 숙소에서 인계하는 것보다 공항에서 인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만, 제주도 한달살기를 계획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동방법을 정할 때 상당한 시간을 들인다. 나도 '누가 정리해서 알려줬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이번 주제를 정해보았다.공항이 2시간 내외 거리에 있다면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가시길 바란다. 여행에서는 고생도 추억이 된다지만, 자칫하면 시작부터 극기훈련이 될 수도 있다.
일상 단어에서 끌어올린 따뜻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