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와 공기청정기가 다툰 이야기
같은 편끼리 다투는 사람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는 한 공간에서 동시에 작동할 수 없다.
가습기가 내뿜는 수증기를 먼지로 인식해서 공기청정기가 오작동하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만들어지는 족족 아주 열심히 빨아들인다. 그렇게 헛된 곳에 에너지를 쏟아낸 공기청정기는 수명이 단축되고, 애써만든 수증기를 빼앗긴 가습기는 소득 없이 허탕을 친다. 그래서 이 두 가전은 동시에 쓸 수 없다.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은 같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방해만 될 뿐이다.
얼마 전 동료 A와 B가 다퉜다. 회의 석상에서 꽤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해를 끼친 것 같다. 회사에서는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끼리, 심지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부딪히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싸움의 불을 지핀 것은 태도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아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서, 끝까지 내 주장만 옳다고 내세우는 태도 때문에 다툼이 생긴다. 결국 가습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한 사람은 헛된 곳에 시간을 쏟았다는 허탈감에 의욕이 소진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이런 상황은 무시한 채 하던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 소득이 없기는 매 한 가지다.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합리적으로 일하는 곳이 회사인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이렇게 비합리적인 일들이 생긴다. 같은 편이어야 할 동료가 때때로 훼방꾼이 되고, 경쟁자가 되고, 짐이 된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같은 공간에서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서로를 인지하지 못할 만큼 멀리 떨어뜨려 놓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같이 있지만 따로 있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