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건 내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평가와 보상의 계절
매년 사무실이 적막해지는 시기가 있다.
회사의 한 해 성과를 개인과 나누는 시기. 회사가 얻은 이익에 개개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는 시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연봉협상과 성과급을 나눠주는 시기다.
이 시기에 웃는 사람은 드물다. 헌신(獻身)했지만 헌신짝처럼 버려지기도 하고, 특별한 정도의 성과는 아니라며 폄하당하기도 한다. 그나마 그런 각박한 태도가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형평성은 있다고 느껴진다. 합리성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친절하고 관대하기에 어떤 기준도 충족되지 못한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핵심요소 중 하나는 '관계'다.
상사, 정확하게는 평가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높은 평가와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야근 못지않게 회식이 중요하고, 아첨꾼 같은 세치 혀가 능력이 되는 사회다. 많이 바뀌고 있다지만 여전히 그런 것 같다. 관계라는 것이 분명 필요하긴 한데 많이 어긋난 방향으로 강요되고 있다.
만년 대리 선배가 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 어느 팀에 있든 자기 역할 이상을 해내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승진 순위에 들지 못하는, 속칭 사회생활이라 불리는 것을 하지 않아 뒤처지는 사람. 보는 내가 답답해서 핀잔을 주었다. 퇴근 후에 높은 사람들이랑 술도 한 잔 하고, 작은 일도 큰 일 해낸 것처럼 과장하고, 그렇게 승진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 좀 따라 해 보라고. 답답하게 일만 하는 게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냐고.
이런 대답을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안 하는 거야.
내 일이니까 열심히 하는 거야.
나한테 도움 돼서가 아니라 그게 당연한 거니까."
아 답답한 인간.
혼자 멋있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