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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Mar 17. 2024

[국밥로드] 역삼동 동봉관

서울 강남구 도곡로37길 38 1층


주인장의 성격이 담긴 맛


그런 사람이 있다. 온화하고 친철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려운 사람. 그래서 함께 있을 때 긴장을 놓지 않게 되는 사람. 동봉관의 사장님이 그런 사람이다. 상냥한 말투 속에 성격이 묻어난다. 그것은 아마 자부심과 고집일 것이다.


이 가게의 첫인상은 '깔끔'이었다. 몇몇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조용하고 정갈했다. 블랙톤의 인테리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장님의 체계적인(혹은 통제적인) 운영 시스템 덕분이기 큰 것 같다. 대기부터 자리안내, 그리고 주문과 계산까지 부산스럽지 않게 주인의 안내 하에서 이뤄진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사장님이 직원분과 대화하시는 걸 들었다. 테이블 세팅과 정리, 손님 안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젠틀하고 대화였지만 내용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딱딱했다. '내가 직원이라면 숨 좀 막히겠는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왠지 기대됐다.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그의 곰탕맛.

일단, 식기에서 합격. 놋그릇에 담긴 탕과 자기 접시에 덜어먹는 김치.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만연하는 세상에서 흔치 않은 조합이다. 닦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따끈한 국물에 여러 번 토렴 한 밥은 식감이 살아있고, 적당한 온도의 국물은 깔끔한 곰탕 맛처럼 부드럽게 넘어간다. 얇게 썰어낸 고기의 양이 보기보다 꽤 많다. 매운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고 든든한 맛이다. 김치는 테이블마다 그릇에 담아 놓았다. 먹을 만큼 덜어 먹으면 된다. 세로 결을 따라 손가락 굵기 정도로 썰어 놓았던데, 이 또한 사장님의 센스이자 고집이겠지.


디귿자 닷지형 나무 테이블로 둘러져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테이블 높이가 높고 의자가 낮다. 그래서 테이블이 가슴만치 온다. 만약, 이것이 곰탕을 먹는 자세까지 고려한 사장님의 설계라면 실로 대단한 섬세함이다.(묻고 싶었는데, 내성적이라 물어보지 못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기름이 많지 않다. 소뼈로 끓인 곰탕처럼 무겁고 진한 맛은 없다. 대신 심심하고 뭉근한 평양냉면처럼 질리지 않는 맛이다. 국물에서 은은하게 돼지고기 삶은 향이 난다. 누군가에겐 풍미지만 누군가에겐 거부감인지라 불호라면 불호요소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인데도 거슬리지 않았다.


보통 1만원, 특 1만 5천원. 지리산 돼지로 끓인 곰탕. 그것도 서울의 강남 중심가에 있는 식당치고는 꽤 고마운 가격이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고 싶은 맛이다. 그래서 계산을 하고 카드를 돌려받으며 사장님께 인사를 전했다.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 사진찍는 재주가 없어 일부 사진은 다른 분들의 SNS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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