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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쥐 Jul 17. 2024

의외의 다정은 눈물날만큼 위로가 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15년 전쯤이다.

부서에 배치받고 일로 처음 만난 선배.

고향이 어딘지 묻지 않아도 될만큼 진한 사투리를 쓰는 9살 많은 노총각. 그의 첫인상이었다.


수더분한 것인지 무심한 것인지

말수가 적어 분간하기 어려웠다.

꾸준히 뭘 설명해주긴 하는데 다정하진 않았다.

그래도 인연이었는지 몇 년 간 함께 일하며

꽤 가까워졌다.


몸이 아파 병가를 내고

한동안 출근하지 않은 적이 있다.

고향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데

그가 찾아왔다.

지나가는 길이었다며 불쑥 나타나

밥과 커피를 사주었다.

'몸조리 잘해', '건강이 최고야' 말 한마디 없이

우리 동네에서 가장 비싼 밥을 먹이고 떠났다.


내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오래 만나지 못했다.

가끔 스치면 '어~.어~. 잘지내지?' 정도.

다정하진 않은데 어색하지도 않은 그정도.

그러다 사는 게 복잡하고 바빠지면서

기억 깊숙한 곳에 묻혀버린 관계가 되었다.


여느 날처럼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는데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문자는 귀찮다며 전화로 얘기하라던 그가

책 사진까지 찍어서 간지러운 메시지를 보냈다.

글이 좋다고. 책을 또 내면 말만 하라고..

갑작스런 다정에 왠지모르게 코끝이 찡했다.

코끝을 잡으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위로되기도.

분간하기 어려운 그의 성격처럼

눈물이 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웠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사는 거구나 싶다.

못되게 한 사람에게 되갚아주려고 사는 게 아니라

고마운 사람에게 보답하려고.

기대하지 않은 다정이 나를 바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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