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담(談) ; 열두 달의 에피소드
입사 후 첫 회식 때 일이다. 나는 동기 중에도 나이가 서너 살 어려서 서열을 가늠하자면 내 밑에 장판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분주하게 뒤치다꺼리를 했다. 물을 따르고 수저를 놓고 잔이 비지 않도록 술도 채웠다. 동기지만 나이가 많았던 형들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고기는 동기 중 가장 얌체 짓을 하던 형이 구웠다. 남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채워가는 유형이었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어딜 가나 꼭 한 명씩 있는 그런 사람.
몇 번의 건배사가 끝나고 잠시 소강기가 찾아왔을 때, 얌체가 말했다.
“나이도 어린놈이 형 부려 먹지 말고 고기 좀 구워라. 형이 아까부터 고기 굽고 있는데 ‘제가 할께요’라는 말을 안 하니. 군대 안 갔다 왔어? 눈치가 없네.”
불순한 언사였다. 나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수고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심지어 동등한 위치임에도 나를 아랫사람 취급하는 무례함까지. 그래도 촌스럽게 대처하기는 싫어서 웃는 낯으로 대했다.
“형이 고기 잘 굽네요. 지금부터는 제가 할게요.”
치켜세우며 집게를 받아 들고 고기를 태우기 시작했다. 부장 말을 경청하며 태우고, 소맥을 말며 태우고, 오가는 선배에게 인사를 하며 태웠다. 부위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한우를 태웠다.
한 판쯤 태웠을 때, 팀장이 집게를 빼앗았다. 고기는 잘 굽는 사람이 구우라고 얌체에게 줬다. 나에게는 뒤치다꺼리 중단령이 떨어졌다. 환영회에 왔으니 편하게 환영이나 받으라는 말을 더했다.
그 이후 몇 해가 지나도록 얌체는 회식때마다 고기를 구웠다. 굽기가 이븐하여 셰프라는 별명이 생겼으나 얌체는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고기 태울 놈으로 낙인찍혀 집게 근처에도 못 갔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무례한 얌체가 자기 덫에 빠진 일. 내가 고깃집에서 꽤 오래 아르바이트했단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일.
일상 단어에서 건져올린 희로애락, 그리고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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