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아빠의 숨소리
나는 외동. 혼자 자라난다는 건
하루하루 조금씩 커져가는 방 속에 혼자 서있는 기분을 준다.
내 크기는 별 차이 없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방만 커져
광활한 빈방에 나 홀로 서있는 듯한그 불안한 외로움,
요즘은 형제가 있는 친구들이 참 부럽다.
그래도 그 커져가는 방을가득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을 만났다는 건 나에게 큰 행운이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일 때 크게 아프셨다.
여러 병으로 자주 쇼크를 일으키셨고 중환자실에 입 퇴원을 반복하셨다.
어린 내 눈앞에서 쓰러지신 적도 있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병실 앞에 앉아있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러나 그 긴 어두운 터널을 뚫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아버지는 아버지 방에서 편하게 주무시고 있다.
잠든 아버지를 보면 늘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버릇이 있다.
아버지가 그렇게 크게 아픈 뒤로 한 번에 잠을 너무 오래 주무시면 늘 마음이 불안했다.
혹시 돌아가신 건 아닐까 싶어서. 갑자기 쇼크 같은 게 와서.
그래서 아버지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숨죽이고 앉아서 숨소리를 들었다.
그 숨소리마저 잘 안 들리는 것 같으면 괜히 물건을 툭툭 치고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럼 아버지는 시끄럽다고 화를 내고 그럼 나는 안심하고 다시 내방으로 돌아오고.
굉장히 긴 세월을 그런 버릇을 가지고 지냈다. 아버지가 화낼 때마다 안심하는 아이러니한 일.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버지가나에게 큰소리로 화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아버지의 화내는 모습을 사랑한다.
이 커져가는 방 속에서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