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밖에 없어요.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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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자기개발서 평대위에 성공의 미소를 지으며

공동묘지의 관짝들마냥 사이좋게 나란히 누워있는 시체 같은 책들

관뚜껑 같은 표지를 열어보면 지겨운 방법론들의 시체 썩은 내가 나는 것 같아.

그래그래 내가 너무 비관적일지도 몰라.

그래그래 성공하는 법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착한 사람들일 뿐인데.

성공하는 법을 만몇천 원에 알려주고 싶은 착한 사람들.


그런데 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해보았고

한여름에 유리병공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과 기절할 만큼 많은 유리병박스를 쌓아봤어요.

그곳에 한국인은 나랑 그 공장사장 아들 딱 두 명밖에 없었던 게 기억나네.

다른 한국인들은 다 도망갔거든요, 일이 존나 힘들어서.

그 외에도 개 같은 일들을 수도 없이 했고

저를 아껴주던 친한 아저씨가 자살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본적이 있어요.

저는 그 표정을 아주 오랜 시간 꿈에서 보고 또 봤는데

볼 때마다 적응을 못 해서 자다깨고 자다깨고. 이제는 그 아저씨의 목소리도 기억이 안 나는데

딱 하나 그 표정만 생각나네요. 진짜 좋아했던 사람인데.


아, 돈이 너무 필요해서 엄마 몰래 엄마의 결혼예물상자도 열어본 적이 있어요.

가끔 엄마가 힘들 때 그 빨간 벨벳 상자를 쓰다듬고 장롱에 넣어두는 걸 본 기억이 나서.

장롱 깊숙이 보물처럼 모셔져 있는 그 상자를 꺼내서 열어보니

상자 안에는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그러니까 엄마는 빈 상자를 쓰다듬고 있었던건데..

엄마는 상자 속 다이아가 아니라 그 상자를 받았을 때 기억을 쓰다듬고 있었던거더라구요.

그 빈 상자의 뚜껑을 닫아서 원래 자리에 집어넣고 내 방문을 닫고 끆끆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외에도 제 삶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었는데


우리 처한 상황이 다 동일한가요? 그러니까 제가 앞에서 나열한 일들 당신도 다 겪었나요.

우리 다 똑같이 태어나서 똑같이 살아가나요.

그리고 모든 인간은 동일한 고통을 등에 지고 산다고 말하며

세상 다 아는척하는 개소리도 하지 마세요.

고통의 무게는 결코 동일하지 않아.

그런 말은 고통을 종류별로 저울 위에 올려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지.

하나하나 겪으면서 걸어나간 사람들은 그런 말 안 믿어.


그러니까 이러면 성공하니 저러면 성공하니

그런 약팔이 사기꾼 짓 좀 하지 마세요. 성공에는 만능열쇠가 없어요.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문과 각자의 자물쇠가 있어서 그걸 지나야 성공으로 가는데

네가 선택한 열쇠가 운 좋게 그 문을 열어줬다고

그 열쇠가 만능열쇠라고 생각하고 병신처럼 떠벌리고 다니지 마세요.

남의 인생에 쓸데없는 충고하지 말고.

당신은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을 뿐 같은 헛소리도 말고.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만능열쇠는

샤이니 만능열쇠 키 밖에 없어요.

진짜 그거밖에 없어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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