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이 시간대의 나는 도청기다.

회기동의 자취방은 벽과 벽사이가 아주 얇은지

옆방의 소리가 은근히 다 들린다.
시스루 벽이라고 해야 하나.

소리가 은근하게 들려와서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옆방에는 두 명의 여학생이 살고 있다.

둘은 대체로 새벽 2~3시에 잠이 들고

나는 주로 그 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에

그들이 잠들기 전에 하는 대화를 라디오처럼 들으면서 일을 한다.


보통의 여대생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도청하는 변태 입장에서
지을 미소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주로 자기 전에 끝말있기를 하고..

그러다 음식 이름 나오면
배고파,배고파 엉엉 거리다가는

또 먹고 싶은 음식 이름 말하기를 하고..

음식 이름을 고속으로 나열하다가

갑자기 남자 이름하나가 툭 튀어나오면

뭐가 그렇게 좋은지 꺄륵꺄륵 거리며 웃다

또 한참을 그 남자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먹고 싶은 남자 이야기를 한참 하는데

오늘은 그 남자와의 카톡 대화를 같이 정밀분석하는 날이었다.

카톡 대화 내용을 남자인
내가 엿들으며 분석해 봤을 때는.

남자는 높은 확률로 옆집 여학생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둘은 벌써 아기 이름까지 짓고 있는걸 보면
너무 귀엽다.

그러다가는 또 딸이 좋니 아들이 좋니 다투고는

임신의 두려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한다.

정신없이 이야기의 발자국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 둘은 자기들의 태몽까지 이야기하고 있었고

점점 말수가 줄어들더니 정적이 흐른다.


정적이 흐른다는 말은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문장이다.

정적이란 말은 쓸쓸할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하다는 말인데.

쓸쓸할 정도의 고요함이 흐른다..는
그 표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참 아름답다.

남색의 밤 남색의 강 위로 반사되는 작은 달빛 소리만 졸졸 흐르는..
그런 밤의 풍경을 보여주는것 같은 문장.


시스루 벽의 최소차음성 덕분에 들리지는 않지만

옆방 아이들의 숨소리가
작은 달빛처럼 반짝반짝 흐르는,

정적이 흐르는 밤이다. 그러니까 참 아름다운 밤.

그리고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둘은 자기 전에 슬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언제나.


난 그게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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