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편지를 썼다.
가을이야 로 시작해서 사랑해로 끝나는 편지가 얼마나 많을까 진희야.
가끔은 이렇게 뻔하게 시작해서 뻔한 말로 맺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
예를 들면 남자와 여자가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옷이 추위에 부들부들 떠는 너의 체온상승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
다시 한번 전공자의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말인데 추위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게 더 좋아요.
가을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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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편지라는 것은 발걸음을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떼든 간에
결국 도착하고자 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는 여행이다
무슨 말로 편지를 시작하든 결국 도착하고자 하는 문장은 사랑해.
그러나 그걸 읽어나가는 과정은 시대와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늘 지루하지 않고 설레게 되니
사랑해. 그 말 참 유서 깊은 관광명소다.
당일치기 여행마냥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문장이지만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최고의 장소에 사람을 내려놓는 문장을 써주고 싶었다.
이 글을 써주기 전에 제주도에서 여자 친구와 당일치기로 놀고 온 날이 있었다. 그날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디에 도착해도 최고의 장소에 있겠구나.
편지로 치자면 이 사람은 마지막 문장이구나.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 편지를 썼습니다.
인스타그램 @seeinmymin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