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편지를 썼다.
먼저 도착한 날은 언제나 창밖이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겹이 생겨나는 행인들.
사람들이 반대로 살아가는 나무 같다.
우리는 여름에 헐벗고 겨울에 껴입는다.
나는 멍하니 계절은 힘이 세구나… 생각한다.
인간을 벗기면서 나무를 입히고 있고
나무를 벗기면서는 인간을 입히고 있다.
가을이 밀어 올린 하늘과 끌어내려 둔 별들도
계절이 얼마나 힘이 센지 내게 말해주는 듯하다.
창밖에 네가 보이면 나는 멍하니
너는 어쩌면 계절이구나… 생각한다.
너는 나를 벗기면서 너를 입히고 있고
너를 벗으면서는 나를 입고 있다.
함께일 때면 순식간에 끌어내려지는 태양과
보기 좋게 밀어 올려지는 달의 높이가
네가 얼마나 힘이 센지 내게 말해주는 듯하다.
창밖에서 네가 걸어 들어올 때는
계절과 계절이 문틈으로 스며들어오고
나는 계절의 찬 손을 잡아준다.
나는 계절의 옷깃을 여며주고 계절과 함께 계절로 들어간다.
그때 계절은 힘이 없다.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 편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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