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편지를 썼다.
나는 늘 새까만 흑자가 가장 이쁘다고 생각했어.
사람이 푹 빠지기 좋잖아, 깊숙하게.
바다도 보면 가장 깊은 부분이 제일 검잖아.
너무 검은 흑자를 보면 꼭 검은 해수면 같아서..
풍덩하고 뛰어들면 내가 어디까지 잠기는지,
발끝이 닿는지 안 닿는지.. 발끝이 닿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뭐 이런 것들이 궁금해서
그런 눈을 가진 사람들 속에 발을 담가봤던 거 같아, 그냥 궁금해서.
근데 그저 호기심으로 뛰어든 곳은 항상 발이 바닥에 금방 닿더라.
양말만 적시고 사라지는 바다들이 얼마나 많은지. 기분 나쁘게.
요즘 우리가 입술이 닿는 거리에 주로 있다 보니
서로 눈동자를 자주 바라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갈색이 품위를 가진다면 검은색보다 깊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해.
가끔 햇살 아래서 마주할 때면 네 갈색이 일렁이는데,
그게 참 예뻐, 아니 아름다워.
꼭 커피색 바다 같아. 마주 보면 시선이 따듯하고 좋은 향이 나는 게.
네 바다에 내 모습이 비쳐 보일 때면 내가 섬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섬이라는 게 항상 바닷속에 있는 거잖아.
어쨌든 모든 사람에겐 때가 있듯 편지의 문장에도 때가 있기 마련인데
지금은 이 말을 써야 할 때인 거 같아. 사랑해.
네게 가장 낮고 편한 섬이 될게, 나를 자주 덮어줘.
때론 너의 수면 아래, 때론 너의 수면 위에서
안기거나 안아주며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게.
나는 늘 새까만 흑자가 가장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네 갈색 눈동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쁘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이 얼마나 다른 감정에서 새어 나오는 문장 인지도 알 것 같아.
정말.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 편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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