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의 핑크 뮬리

by 박가람




목덜미라는 게 몸과 얼굴을 이어주는 연속적 신체 부위다 보니

작은 부위임에도 많은 경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과 목을 구분하는 경계의 잔머리들부터

어깨와 목 사이를 잇는 여러 경계의 곡선들까지


당신의 목덜미를 바라보면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라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안개처럼 번져 피어나는 핑크 뮬리들을 보고도

당신의 목덜미를 떠올렸습니다.

당신의 목덜미에는 늘 무언가 피어나는 것 같아서..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는데 그건 아마도 그곳에 경계가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어쨌든 머리를 올려 묶고 과제를 하는 당신의 목덜미를 바라볼 때면

경계 하나하나 모두 너무 매혹적이라 혀를 댈까 생각하다

가볍게 입술과 코끝만 대고 숨을 들이쉽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산소가 폐까지 도달한다는 딱딱한 글자의 사실들을

폐 속 가득 찬 당신 경계의 향들로 조금 더 부드럽게 알게 됩니다.

딱딱한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살게 됩니다.


당신의 신체에는 넘어서고 싶은 활짝 핀 경계의 동산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목덜미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 편지를 썼습니다.


인스타그램 @seeinmymin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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