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스웨이드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편지를 썼다

by 박가람




c761426c9446cf5b80bb3f2ddf00c05b.jpg



나에게 나긋나긋 말해주는 그 목소리는 분홍색 스웨이드 같아서 쓰다듬어보고 싶어.

복숭아 향 목소리와 따듯한 말투는 내가 덮고 자고 싶은 이불 같아서 너를 내 침대 위에 올려놓고 싶게 해.

내 입술과 40센티가량 떨어져 있는 네 입술은 너무나도 건전하게 경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럴 때면 정치를 말하고 싶어. 서로의 입술이 유착되게, 정경유착처럼.

그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선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거거든.

아, 그리고 쑥스러워 하지만 할 말은 다하는 너의 태도는 네 허리라인을 닮았네.


사랑은 천사의 정원에 피는 꽃. 욕망은 악마의 정원에 피는 꽃.

그 둘은 향과 모양이 비슷해 늘 관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상처 입히기에

나는 눈을 오래 감고 너를 오래 맡으며 구분해 보려고 노력해. 이게 어디에서 피어난 꽃인지.

그러나 꽃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기엔 시듦이라는 게 너무 빠른 일이라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

그러니 내 불안감을 이해하고 내 느림을 이해해주길.

다시 눈을 오래 감고 너를 오래 맡아보니 두 꽃의 향기가 모두 다 피어오르네,

그러니까 네가 완벽하다는 말.


나에게 나긋나긋 말해주는 그 목소리는 분홍색 스웨이드 같아서 쓰다듬어 보고 싶어.

저 문장에서 쓰다듬어를 빼도 괜찮고.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 편지를 썼습니다.


인스타그램 @seeinmymindd


여자 친구를 만나는 날은 늘 한 시간 일찍 나와서 편지를 썼다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낙엽인가 싶은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