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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가람 Jun 05. 2018

네 어릴적 이름이 소리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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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릴 적 이름이 소리였다며

내게 소리는 소리처럼 위태로워

소리는 너무 빨리 마르잖아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기화하는 게

그러니까 자주 소리 내줘

사랑이라고, 나는 그 단어가 가장 물기 있더라

너는 잘 몰랐겠지만 나는 민감 건조성 피부를 가지고 있어

네가 자주 적셔주지 않으면

나는 하루가 따갑고 갈라지고 그래 

네가 오랫동안 적셔주지 않으면

너무 건조해져서 웃을 때도 입가에 피가 나

나는 소리의 소리가 말라버릴까 봐 늘 걱정해

그래서 자주 키스해, 적셔두고 싶어서

내가 먼저 적셔줄게 자주 소리 내줘

소리는 너무 빨리 마르니까

내가 자주 물을 줄게

쓰다 보니 이 글 이야기를 네게 빨리 해주고 싶어

나는 이 글에 쓰인 표현 몇 개가 너무 마음에 들거든

이건 이래서 썼고 이건 이래서 썼어라고 하나하나 말해주면

네가 좋아하려나? 아니면 머리에 나쁜 생각만 가득 찼다고 또 혼내려나?

어쨌든 곧 전화할게, 아침부터 소리를 나누자 소리야

옆집사람들이 좀 싫어하겠지만

시끄러운 통화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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