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빙
네 어릴 적 이름이 소리였다며
내게 소리는 소리처럼 위태로워
소리는 너무 빨리 마르잖아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기화하는 게
그러니까 자주 소리 내줘
사랑이라고, 나는 그 단어가 가장 물기 있더라
너는 잘 몰랐겠지만 나는 민감 건조성 피부를 가지고 있어
네가 자주 적셔주지 않으면
나는 하루가 따갑고 갈라지고 그래
네가 오랫동안 적셔주지 않으면
너무 건조해져서 웃을 때도 입가에 피가 나
나는 소리의 소리가 말라버릴까 봐 늘 걱정해
그래서 자주 키스해, 적셔두고 싶어서
내가 먼저 적셔줄게 자주 소리 내줘
소리는 너무 빨리 마르니까
내가 자주 물을 줄게
쓰다 보니 이 글 이야기를 네게 빨리 해주고 싶어
나는 이 글에 쓰인 표현 몇 개가 너무 마음에 들거든
이건 이래서 썼고 이건 이래서 썼어라고 하나하나 말해주면
네가 좋아하려나? 아니면 머리에 나쁜 생각만 가득 찼다고 또 혼내려나?
어쨌든 곧 전화할게, 아침부터 소리를 나누자 소리야
옆집사람들이 좀 싫어하겠지만
시끄러운 통화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