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우울의 안정감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adele - Million Years Ago


행복해야 한다고 강요받고 사는데

온 세상이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밝게 웃으라고 하고 희망을 가지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근데 막상 내 뚜껑을 열어 속을 보면

나는 매일 우울한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뭔가 잘못된 거 같아서

내가 행복한지 확인하고 확인하고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사랑을 하려 하고

사람을 만나려 하고 가족을 떠올려보고

그러면서도 막상 내 뚜껑을 열어 보면

그냥 우울하고


근데 그런 기분이 좋아.

나를 파고드는 그 기분이

행복한 건 분명히 아닌데,

사실 그게 더 안정적인 기분이 들어서.


밤에 방의 불을 끄고 이불을 턱끝까지 올려두고

이런 노래를 틀어두고 우울할 때,

그게 그냥 나 같아서 좋아.


아 오늘도 우울했다.

행복하기 위한 일들을

차곡차곡해나간 하루였는데

오늘 하루의 끝도 우울했다.

다행이네. 안정감이 든다.


미안 다들 행복해야 한다는데 그렇지 않은 게

더 안정감이 들어. 너무 행복하면 무서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우울증 환자는 아닌데

잘 웃고 잘 먹고 그냥 잘 지내는데

자기 전에 좀 그렇고, 정적이 흐를 때 좀 그렇고

혼자 걸을 때 좀 그렇고, 미래를 생각할 때 그렇고

아 그러니까 나는 그냥 보통의 현대인

보통의 현대인 인 것 같아.


아 이런 글은 어떻게 끝내야 하지.

이게 내 글이라는 게 참 다행이다.

내가 시작하고 내가 마음대로 끝낼 수가 있어서

그냥 내가 끝!이라고 하면 끝인 거라서.

내가 살면서 겪는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과 감정들

그런 것들도 내가 끝!이라고 말하면 끝나면 좋을 텐데.


어쨌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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