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SNS에는 악마가 산다.
무차별적인 희망 폭격기들
"힘내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어제와 오늘이 같을 수가 없지.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글을 읽으며 위안 삼을 필요는 없지.
희망과 노력을 약장수의 만병통치약처럼 책임감 없이 팔아대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런 글을 무한으로 배설해내는 사람들이 싫다.
만약 그런 글 속에 예술성이나 참신한 문장이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싫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 꼬인 눈알로는
그냥 고작 한두 살 나이 많으면서 사회생활이 어쩌고 인간관계가 어쩌고 하며
엄청 어른인척 하는 대학 선배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
내가 비사회적인 비관론자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그래서 그럴 확률이 더 높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은 내가 현실적으로 말하면
비관론자라고 하더라
내가 아는걸 말하면 건방지다고 하고
내 생각을 다표현하면 사회성이 모자라다고 하고
그러니까 그런 걸 다 합친 게 비사회적 비관론자라면 그게 바로 저에요!
얼마 전 꿈에서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절벽에서 추락했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버스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고
그때 시간이 멈추고 악마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먼 옛날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질병과 각종 재앙들 수많은 악한 것들이 쏟아져 나올 때
그 상자 안에 희망도 왜 들어있었는지 알아?"
"사실 그것도 악한 거거든."
"어쩌면 그게 제일 나빠 그래서 마지막까지 들어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버스는 추락하고
꿈속에서의 나는 죽음과 동시에
현실 속에서는 살아났다.
그리고 악마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SNS에는 악마가 산다.
한국의 대박집 따라하기문화마냥
힘내 넌 잘하고 있어류의 글들이 인기 있으니
그저 따라 쓰며 무책임한 희망을 팔고 있는 악마들
판도라의 상자 속 악한 희망을 마구잡이로 팔고 있는 악마들
SNS에는 악마가 산다.
그리고 악마의 말은 언제나 당도가 높았다.
그런 것만 듣고 읽다간
희망돼지가 돼서 네 희망에 짓눌려 죽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