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새학기의 마법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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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대략 10년 전 4월 중순

대학교 신입생이던 내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자기과의 어떤 동기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가 어떤 신발을 가지고 있는지 자기가 모두 안다고.


처음에는 무슨 변태 같은 소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아이가 너무 좋아서 계속 쳐다보고 싶은데

얼굴은 바라볼 용기가 안 나고 등이나 다른 곳을 쳐다보면 티도 나고

오해 살 것 같아서 몰래 발끝만 쳐다봐서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여자아이의 모든 신발을 알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렇게 보다 보니 발끝조차 이뻐 보인다고 말하며

고등학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순정소년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 뒤로 매일 매일 그 여자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는 인문대 자판기 앞에서 처음 인사를 했다고

하루는 싸이월드 일촌이 되었다고

하루는 과 모임 술자리에서 옆에 앉았다고

하루는 그 여자아이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그러고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친구는 다음 학기에 군대를 갔다.


그렇게 군생활을 마치고 복학한 뒤 친구는

자연스럽게 여자친구도 사귀고 졸업도 하고 취업도 하고

남들 하는 거 다하고 살았다.


가끔 옛날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리가 그 여자아이 이야기를 꺼내면 친구는 그런 말을 했다.


그 여자아이를 더 이상 사랑이나 그런 감정으로 생각하며 떠올리진 않는데

그냥 그 아이 이름만 생각해도

4월의 봄 날씨 낮엔 따뜻하고 밤엔 차가운 , 그 하루들의 공기 냄새부터

그 아이가 자주 입던 눈으로만 쓰다듬어본 가디건의 촉감도

살짝 때 탄 운동화와 그 발끝만 바라봐도 설레 하던 자기 자신의 모습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이 주는 그 묘한 기분들 까지

전부다 동시에 떠오른다고


전달하지 못하고 끝난 이야기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무언가모르게 설레고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마치 당장이라도 그때처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처럼


그냥 그때 그 감정이 딱 벚꽃색이었던 것 같다고.



우리는 그 순간들을 새 학기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대학교 새내기들에게 세상이 선물해주는 마법 같은 순간.


어쩌면 내 친구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고 완성되지 않았기에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이건 3월이 다가오니 떠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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