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우리는 우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 주는 사람을 사랑해

by 박가람




"We hurt people that love us, love people that hurt us"

"우리는 우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 주는 사람을 사랑해"


어쩌면 사랑의 본질을 관통하는 한 문장

특히 남녀관계에서는

서로 동일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것처럼 시작해도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항상

우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게 된다.


사랑을 재는 균형저울 아래에는 늘 가시가 돋아 있어

상대방을 더 많이 사랑할수록 나를 서서히 파괴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때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 보다 더 큰 외로움과 고통을 준다.

관계 속에서 서로 사랑한다라는 문장만 존재할뿐

그 실체는 늘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 갑갑한 관계.

너무 좋아서 손에 꽉쥐면 파삭하고 깨져버려서

내 손에 피가 줄줄 흐르게 만드는 그냥 이쁜 유리조각 같은 관계



나는 그런 관계의 고통 속에 빠지는 게 싫어서 어느 순간부터 매우 비열해졌다.

사랑이라고 부를법한 타인을 앞에 두고

세치혀로 그 사람의 마음속에 손을 집어넣고 감정의 수도꼭지를 열심히 돌리면서

내 수도꼭지는 한 방울도 세지 않게 꼭꼭 잠가두었다.

그렇게 사랑이라고 부르지만 타인이라고 여기는 누군가가 내 앞에서

감정을 펑펑 쏟아내면 그걸 보며 만족하는 것

아 나는 이제 상처받지 않겠구나 라고.

그런데 그렇게 내감정을 펑펑 쏟아내지 않다 보면

이 관계를 쥐고 있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그러다 보니

관계를 쥐고 있는 손아귀의 힘이 빠지고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바닥에 툭

떨어뜨려 상처 입혀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 것도 그냥 싫어졌다.

내가 행복한지 모르겠어서.

그냥 나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것도 싫고 상처 주는 것도 싫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냥 싫은 게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오랜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나는 한평생 보석 같은 사람을 혹은 사랑을 찾아 헤매었다.

아무리 세게 쥐어도 깨지지 않고 어디서든 빛나고 자랑할 수 있는

내가 가끔 떨어뜨려도 흠집 하나 안 나고 멀쩡한.

그렇지 않았던 모든 관계들을 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치부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모든 사랑은 쉬이 부서지는 유리조각이고

우리는 그것을 적당히 쥐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지지 않을 만큼 끌어안고 놓치지 않을 만큼 잡고 있는 것


어쩌면 나는 "우리는 우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 주는 사람을 사랑해"

라는 문장의 숨겨져 있는 빈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된 걸 지도 모르겠다.

호그와트로 가는 문이 9와 3/4 플랫폼에 있듯이

저 냉정한 문장 속에도 마법같이 따듯한 빈틈이 있겠지.


어쨌든 사랑은 해야 하고 나는 그걸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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