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보통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자신의 주변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관객들이 한 명 두 명 늘어남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앞머리가 바람에 조금만 흩날려도 불안해지고
뾰루지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렇게 늘어난 관객들은 20대 30대를 거쳐 조금씩 조금씩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실 "나"라는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은
한 명도 실존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유행하는 옷을 입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관객들의 시선을 위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사회적 성공을 위해 가고 싶은 곳에 가지 않고
누군가 부러워할, 주인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가지는 무언가를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참 허탈하게도.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실존하지 않는 관객을 위해 연기하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결국 내 인생에서 눈을 떼지 않고 끝없이 바라봐주는 건 나밖에 없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흥행 대박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인공이라 믿었는데
알고 보니 아무도 들지 않는 상영관의 영화 주인공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것은 비참한 순간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가장 올바르게 인식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바라보고 건축할 때 가장 위대하게 완성될 수 있다.
관객의 수가 몇 명이든 필름이 돌아가는 이상 이야기는 언제나 아름답고 위대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