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편

번화가에 서서

삶의 파편들

by 박가람




번화가에 서서

남들이 바삐 걷길래 나도 헐떡이며 걸었다.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목적지도 없었지만.

길 한복판에 멈춰서 갈 곳을 곰곰이 생각하기라도 하면

내 뒷사람이 그리고 그 뒷사람의 뒷사람들이

타박 줄 눈빛과 말들이 무서워

남들이 걷는 방향대로 나도 헐떡이며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 보니 그 많던 사람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만 덩그라니 낯선 곳에 서서

장소의 낯섦과 혼자됨의 서러움

그 둘 사이의 끼여

무언가 뭉개지는 기분을 느낀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나도 남들이 걷는 방향대로 걸어왔는데

왜 나만 길을 잃은 기분이 드는 걸까.

모두가 걷는 길을 걸었는데

왜 혼자가 된 걸까.





도시의 심장, 번화가.

이곳의 인파들은 심장 속 혈류와 비슷한 양과 속도로

빠르게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간다.


어느 날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한 주말 서면 한복판에서

딱히 갈 곳이 없어 방황한 적이 있다.

모두 다 바삐 걸어 다니는데 나만 멍하니 서있으면

내가 마치 인파를 틀어막는 콜레스테롤이 되어

이 번화가에 피해를 끼치는 기분이 들어서

남들 걸어가는 방향으로 열심히 걸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결국에는 철물점 몇 곳이 모여있는 낯선 곳에 나 홀로 서있게 되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내가 살아온 모습같이 느껴졌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며 차곡차곡 다니고

남들이 다하는 토익 공부를 하고

남들이 다 먹으러 다니는 #맛집 을 가고

남들이 다 봤다는 영화는 나도 보러 가고

그렇게 차곡차곡 나이를 먹어가며

남들이 다하는 취준생이 되어서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회사를 가려고 기웃기웃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마법처럼 되어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살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 날 나는 사람 하나 없는 무인도의 해변에 떠내려와있었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선택이라는 세상이 밀어대는 커다란 파도에 그저 편하게 몸 맡기다 떠내려와버린.


나는 어느 날 무인도로 떠내려온 해변의 스티로폼 조각이 되어있었다.


파도가 몰아치는 방향에는 외로움과 허탈함만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떠밀려온 스티로폼 같아진 내 삶에 돛을 달고 자유의지로 유영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작성하던 자기소개서를 저장하지 않기 버튼을 눌려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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