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파편들
창밖의 빗소리가 머리카락을 적시면
얼굴을 타고 수많은 생각들이 책상 위로 뚝뚝 흐른다.
종이 위로 써나가던 글자들은 흘러내린 생각에 젖어
수묵화 마냥 누군가의 얼굴로 번지고 함께한 어떤 한 시절의 풍경으로 번지고
그 풍경 속의 바람 향기가 되어 코끝에서 번지고
그렇게 번져나가는 기분을 느끼다 보면
우산 아래서 누군가를 위해 젖어가던 어깨 끝처럼
따스하지만 축축하게 내 영혼이 젖어가는 것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내 어깨 끝을 젖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언제나 내 영혼까지 다 젖게 만들었고
나를 위해 어깨를 적셨던 사람들의 영혼은
언제나 내가 익사시켜 버렸다.
우산 하나에 파고드는 둘처럼
사랑은 생각보다 비좁은 공간
누군가의 어깨는 젖어야 하는 곳.
보일러실의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빗소리는
오래된 주택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몇 안 되는 특혜 중 하나다.
특히 이 빗소리에는 게임처럼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이 있어서
빗소리 속에 함께 있던 사람과 순간들이 자동저장되고
언제든지 빗소리가 울리면 다시 그 순간이 불러와진다.
단점이 있다면 불러올수록 젖는다는 것.
으 축축해.
매거진 "파편" 은 나의 삶을 깨뜨리거나 파괴했던
혹은 나의 삶에 날아와 부딪히거나 스쳐 지나가버린
많은 사건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건과 사람들이 흘리고 간 파편들
혹은 그로 인해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을 하나씩 글로 기록해둡니다.
이 과정은 하나의 나에 대한 조각모음입니다.
박가람
https://www.instagram.com/seeinmymin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