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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kret Jun 24. 2019

배달의민족을 보면 무한도전이 떠오른다

논란을 통해 생각해본 배달의민족

최근 배달의민족(공식 회사명은 우아한형제들이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배달의민족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배민이 내가 의도한 바를 더 잘 나타낸다.)은 한바탕 사건을 치렀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여 그들이 할인 쿠폰을 나누어주는 '00이 쏜다'라는 쿠폰 이벤트가 논란이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성 고객은 나몰라라 하고 유명인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이벤트에 불만을 표출했다.


사실 나는 처음에 사람들의 불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00이 쏜다'와 같은 이벤트는 다른 기업들이 흔히 제공하는 협찬 마케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유명인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무상 제공의 형태 거나 때로는 유명인에게 광고비를 제공하기도 한다.) 광고비가 지급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유명인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중에게 노출하고 더 적극적인 유명인의 경우 코멘트 혹은 리뷰를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배민의 이벤트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인들과의 대화와, IT 여담의 한 글을 보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배민이니까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로.


독보적인 색깔의 스타트업 배민은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밝혔던 유명인 협찬에 관한 내 생각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될 수 있는 포인트는 크게 2가지라 생각했다.


1. 금전적인 혜택

2. 배민의 브랜딩


'00이 쏜다'가 유독 논란이 된 것은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의 협찬과 달리 금전적인 혜택(엄밀히 말하자면 돈은 아니지만 해당 쿠폰은 마치 상품권과 같이 기능한다.)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더욱이 자신이 받는 혜택(몇 천 원의 할인 쿠폰)과의 격차를 더 직접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이처럼 상품이 아닌 금전적인 혜택은 기존 고객들의 박탈감을 더욱 강화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사실상 이 글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이번 이벤트 사건은 다른 기업이 아니라 배민이기에 사람들이 더욱 분노하였을 것이다. 배민은 기존에 배민신촌문예, 치믈리에 등 고객 친화적인 마케팅을 지속해왔고 이는 배민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배민의 브랜드에 충성한 고객들이 배민답지 못한(결코 고객 친화적이지 못한) 이벤트에 분노한 것이다. 끝으로 IT 여담의 글에 나온 말을 빌리자면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배달의민족 플랫폼의 강점인 팬덤의 위력을 보여준다.'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5871

(이번 논란과 배민에 관해 매우 잘 정리된 글이다. 내가 만약 저 생각을 먼저 했다면 오늘 글의 주제가 위 내용이 되었겠지만 내 글에서는 위 글에서 더 나아간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겠다.)


나는 '마케터의 일'(우아한형제들의 Chief Brand Officer 장인성 님이 쓰신 책)을 읽고 한 독서토론 중에 ‘배민이 참 무한도전 같다’ 말을 한 적이 있다. (엄청난 인사이트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그리고 이번 논란을 보며 또 한 번 그렇게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왜 배민을 보면 무한도전이 떠오르는지, 이에 따라 배민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겠다.


  


배민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한다.


1) 독창적인 행보

2) 따라 하기 속의 자기다움

3) 강력한 팬덤

4) 이에 따른 책임감


1) 독창적인 행보


무한도전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말이 있었다. '대한민국 예능은 무한도전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 그렇다. 무한도전은 정말로 독보적인 동시에 독창적이었다. 많은 예능이 무한도전을 따라 하려고 했고 무한도전처럼 되고자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따라가지 못했다. '자기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의 행보'를 '누군가의 행보를 따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배민은 무한도전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배민 이외에도 뛰어난 기업 가치를 이뤄낸 여러 스타트업이 있지만 어느 스타트업 혹은 기업도 배민만큼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배민이 생활형 플랫폼이기에 다른 스타트업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배민의 브랜딩은 실로 대단하다.)


여러 논란들이 따르기도 했지만 배민은 계속해서 배민만의 행보를 구축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마케팅(배민신촌문예, 치믈리에 등) 이외에도 배민아카데미 등과 같이 사업자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도 배민만의 독자적인 행보이다. 이제 배민이 나아가는 길이 그 자체로 배민다움이 된다. 그리고 모두가 배민다움을 혹은 배민다움과 같은 자기다움을 갖고자 한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우상이 된 입지는 감히 무한도전에 비견할 만하다.


2) 따라 하기 속의 자기다움


앞의 내용과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다. 배민은 새로운 이벤트들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존재했던 이벤트 혹은 활동들을 배민답게 바꾸어 보인 것 또한 많다. 관점에 따라 따라 하기로 보는 것이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배민신촌문예는 배민판 신촌문예이며 치믈리에는 배민판 소믈리에이다. 이제는 이러한 패러디가 더 이상 패러디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배민 그 자체로 느껴지곤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민의 강한 자기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활동을 따라 해도 그것을 배민스럽게 풀어내고 배민답게 해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느새 패러디라는 것도 잊곤 한다. 무한도전이 그랬다. 수많은 패러디(짝 편, 관상 편, 미남이시네요 편 등)를 선보였던 무한도전은 기존에 참고한 작품보다 더 강한 임팩트를 남기곤 했다. 혹은 완전히 무한도전 다움으로 이를 만들어내곤 했다.


배민과 무한도전 모두 독창적인 행보를 통해 얻어낸 '자기다움'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은 이제 독보적인 위치에 섰고 자신들의 행보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


3) 강력한 팬덤


앞의 배민다움과 팬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배민다움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기 다운 행보를 보인다고 해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기만족의 브랜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민은 놀라울 정도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이러한 팬덤이 무한도전을 떠올리는 이유이다.


무한도전도 소위 '무도빠'(나는 엄청난 무도빠다.)로 불리는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어떠한 요소보다 막강한 파워로 작용하며 웬만해서는 무너지지 않는 경쟁력이었다. 물론 무한도전과 배민의 팬덤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비스 사용자와 콘텐츠 사용자가 각각 바라는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서비스 사용자는 고객으로 인식되는 반면 콘텐츠 소비자는 팬으로 인식되어 둘은 다른 기대치를 갖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있지만 배민과 무한도전이 강력한 팬덤을 가지는 것은 모두 차별화된 강점이다.


4) 이에 따른 책임감


앞의 강력한 팬덤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팬들이 충성심을 느끼는 만큼 그들이 돌아섰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손실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책임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책임이라는 단어가 합당하지 않을 수 있으나 팬 입장에서는 자신이 충성심을 가진 만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이러한 책임은 팬덤이 커질수록 더 커진다. 팬덤의 큰 규모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의미하고 어떤 일이든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경우에도 멤버들이 이러한 책임감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무한도전이 너무 큰 영향력을 가지고 덩달아 자신의 언행이 무한도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앞서 팬덤의 차이로 인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기업으로서의 배민의 경우 고객을 잃게 되지만 무한도전은 비교적 관대하다. 반면 기업의 책임은 전체(김봉진 대표님의 책임감도 막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사가 가지는 책임이 앞서 보인다.)가 짊어지는 대신 무한도전은 주로 소수의 사람(멤버 혹은 메인 PD)이 이를 짊어지게 된다. 따라서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한편 앞으로의 행보에 매우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사실 배민의 쿠폰 논란에서 시작한 글이 다소 엉뚱한 길로 빠진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배민을 무한도전에 비교한 것)를 꼭 긍정적인 상황에서 유추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은 배달의민족 스스로가 또 한 번 배민의 입지와 위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입지와 위상은 책임을 동반함을 배민도 인지하였을 것이다.


배민을 단순히 배달앱으로 보기에는 배민은 너무나도 독창적이다.(실제로 배민은 끊임없이 사업 영역을 확장해하고 있다.) 배민은 이제 하나의 스타트업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무한도전을 닮고자 하며 등장한 많은 예능 작품들이 그랬듯 많은 스타트업의 지표가 될 배민은 이에 더욱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이 그러했듯 배민도 이러한 위치가 갖는 무게를 견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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