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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kret Jul 06. 2019

불붙은 전동킥보드 전쟁, 누가 승리할까?

확산, 보관 그리고 연계

두 달 동안 사무실을 역삼으로 옮기게 되었다. 사무실을 옮기면서 여러 가지 변화들이 생겼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길거리에서 수많은 업체들의 전동킥보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2018년 여름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임(Lime)을 통해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처음 접했었다. 이후 올해 5월 즈음 사무실 근처에 등장한 일레클을 보면서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한국에도 조금씩 정착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너무 안일했다.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이미 강남에는 킥고잉, 고고씽, 씽씽 등 이름이 헷갈릴 정도로 많은 전동킥보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야기는 내 눈에 보이는 전동킥보드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씽씽(이 글에서 각각의 전동킥보드 스타트업들의 이름은 편의상 서비스명으로 부르고자 한다.)은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현대, 쏘카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전동킥보드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여러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전동킥보드 시장


그렇다면 왜 이렇게 모두가 전동킥보드 산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가지는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많은 모빌리티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타다, 쏘카 등이 가장 대표적이고 이외에도 콜버스, 풀러스 등 모빌리티 산업 곳곳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곳곳에'이다. 각각의 기업들은 하나의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연계를 통한 다양한 산업에서의 사업 확장을 꾀한다.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 간의 이음새가 중요하게 되는데 전동킥보드가 그 이음새가 되는 것이다.


*퍼스트-라스트 원마일(First-Last One Mile)은 대중교통이나 택시, 자전거를 이용하기에는 애매하다. 많은 회사들은 이 부분을 공략하여 전체적인 모빌리티 산업 혹은 플랫폼의 확장을 꾀하고자 한다. 말하자면 각각의 뼈(모빌리티 비즈니스)에 관절(마이크로 모빌리티)을 붙여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동킥보드는 매우 중요하다. 작은 단위의 디테일한 데이터많은 수의 사용자를 확보한다면 모빌리티 산업에서 강력하면서도 다른 무기와 함께 사용하는데 유용한 무기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퍼스트-라스트 원마일(First-Last One Mile) : 이동 중 1 Mile(1.6km) 정도 되는 처음과 끝의 짧은 거리.


나는 문득 수많은 전동킥보드 업체 중에서 어떤 전동킥보드 업체(혹은 어떻게 한 전동킥보드 업체)가 살아남을까 궁금해졌다. 이를 위해 전동킥보드를 알아보고 경험해보았다.(최근에 대부분의 전동킥보드 앱을 다운 받고 이용해보았다) 아직은 초기 산업이기에 각 업체별로 큰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아 어떤 한 업체의 승리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의 이용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어떤 지점이 분수령이 될지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은 전동킥보드 경쟁에서의 분수령이 될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확산

2) 보관(관리)

3) 연계


1) 확산


빠른 확산은 어느 산업에서나 중요하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업체들도 신규 고객(확산)을 이끌기 위해 다양한 할인 쿠폰들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전동킥보드에서는 조금 특별한 지점이 있다. 한 고객이 하나의 전동킥보드 앱(서비스)만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전동킥보드 산업이 조금 더 자리 잡은 이후 현재의 강남 정도로 여러 업체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전제이다.) 1km 내외의 거리를 가는데 300m 더 걸어가 특정 브랜드의 전동킥보드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지점에 전동킥보드가 보일 정도로 많은 전동킥보드를 배치해뒀다면 그 업체는 이후 관리의 문제로 역풍을 맞을 것이다.)


위의 이유로 전동킥보드의 경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싸움과는 다르다. 이용자의 위치라는 변수가 작용하는 것이다. 위치라는 변수로 인해 사람들은 충성도 높게 하나의 서비스만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향후 사람들은 2개에서 3개의 전동킥보드 앱을 이용할 확률이 높고 앱의 다운로드의 심리적 장벽에 걸리기 전에 이 선택지 안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선택지 안에 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 확산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강남, 판교, 마포 정도만이 많은 전동킥보드들이 있기에 여전히 공유 전동킥보드 불모지는 많다.


여러 스타트업이 사업 초기 빠른 확산을 통해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전동킥보드 산업에서도 선점 효과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선점 효과는 단순 점유율이 아니다. 다음 스텝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이며 고객들이 허용하는 앱 범위의 마지노선에 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2) 보관(관리)


보관은 확산과 반비례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아도 초기 전동 킥보드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이를 보관하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 문제점은 크게 업체 측과 시민 측이 있다.


업체 측에서는 관리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에서 전동킥보드의 경우 사계절의 특성(심한 온도차)으로 인해 배터리 수명이 더 짧아진다고 한다. 또한 공유 서비스의 고질적인 문제인 훼손 및 파손 문제, 더 나아가 전동킥보드를 숨겨진 곳에 주차하는 일부 고객들의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종종 발생하는 앞의 문제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거나 시스템 상의 큰 비효율(손실)로 이어져 사업 전체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시민(혹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많은 전동킥보드가 길가에 방치되는 것이 가장 큰 불편을 초래한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동킥보드만이 길가에 있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기에 머지않아 길가에는 많은 전동킥보드들이 방치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앞선 사례로 볼 때 이 지점은 법률과도 맞닿아 있어 이에 얼마나 발 빠르게 대처하는가는 사업의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관리 문제는 기업에게도 사회에게도 큰 이슈로 예상된다. 현재는 확산에 집중하여 비교적 소홀하게 여겨지는 부분이지만 도입기가 끝나고 난 후의 안정기에는 보관 이슈가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다.


3) 연계


사실 관점에 따라 앞서 언급한 확산과 보관은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요소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업과 비교되는 가장 큰 지점은 연계에서 발생할 것이다. 전동킥보드의 경우 비교적 단순한 서비스 특성상 전동킥보드 서비스만으로는 차별점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각광받는 이유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전동킥보드 사업은 사업의 확장성 및 연계성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거대 자본이 전동킥보드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필요성에 더해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함인데 이미 조금씩 그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고고씽은 GS25와 연계하여 전동킥보드 충전 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현대는 머지않아 전동킥보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확장을 꾀할 것이다.


전동킥보드의 연계성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본질적인 특징인 동시에 차별적인 강점이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 보관 시설과의 연계 혹은 전동킥보드 업체 간의 협업이 가장 쉽게 예측되는 바이다. 서비스의 안정화를 전제로 할 때 차별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올 것이며 예상치 못한 연계를 선보이는 전동킥보드 업체는 자기만의 특색으로 시장에 큰 임팩트를 줄 것이다.




위의 사항 이외에도 가격, 안전, 보험, 도로 법률과 관련된 많은 이슈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기본적인 서비스 수준을 갖췄다는 전제 아래에서 경쟁은 확산-보관-연계의 라운드 순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1라운드 확산 단계에서는 킥고잉이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업체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3라운드 연계 단계에서는 대자본과 인프라를 끼고 들어오는 업체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딱 1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전동킥보드 산업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동킥보드 산업의 빠른 발전을 부추기는 업체들의 경쟁은 매우 흥미롭다.


과연, 누가 한국의 '라임' 혹은 '버드'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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