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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kret Feb 20. 2020

유튜브는 '수익'이 아니라 '수업'이다

'유튜브 레볼루션'을 읽고

이전에 화제가 된 [판교 사투리]에서는 둘 사이에 서먹함이 있을 때 추천하는 멘트가 있다. 바로 '아..나도 유튜브 해야되는데.'라는 멘트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 거의 90%의 확률로 상대방도 '아, 맞아요. 저도...하아 언제하죠?'라고 대답하며 말문이 트인다고 한다.

https://brunch.co.kr/@roysday/368

(장안의 화제가 된 박창선 님의 글 '판교사투리에 대해 알아보자')


우스운 이야기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유튜브는 이제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고 이제 사람들은 더이상 매체의 소비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되는 것을 넘보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콘텐츠와 관련한 책을 찾던 중 모두의 관심사인 '유튜브 레볼루션'을 읽게 되었다.


유튜브 레볼루션의 저자는 유튜브 CBO(Chief Business Officer)인 로버트 킨슬이다. 유튜브 내부자가 쓴 글이다보니 내용이 유튜브의 장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렇다고 저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저자가 글을 쓰던 시기에 언급하는 유튜브의 매출, 점유율, 영향력 등은 저자의 예상보다 현재 더 큰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킨슬의 <유튜브 레볼루션>


유튜브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수많은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내고, 미디어의 중심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유튜브에 푹 빠져서 세상을 바라보면 되는 것일까? 점점 커지는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어(유튜버가 되어) 수익을 창출해야 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많은 시간을 빼앗는 유튜브와 단절되는 것이 맞을까?


정답은 없다. 모두가 가진 재능과 처한 상황은 다르기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취할 뿐이다. 다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이 글은 유튜브 레볼루션을 읽고 쓴 독후감 보다는 책을 읽고 촉발된 생각에 관한 글에 가깝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유튜브 시대에서 우리가 인지하고 유념해야 할 부분, 혹은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한 '판교사투리'의 내용처럼 유튜브 소비자에서 더 나아간 생산자의 관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게 요약하면 아래의 3단계로 정리가 된다.


1) 유튜브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수익원이다

2) 모두에게 열린 유튜브는 더욱 어려운 경쟁 시장이 되었다

3) 유튜브의 핵심은 '영상'과 '콘텐츠'이다


1) 유튜브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수익원이다.


영상 제작은 더이상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영상을 찍을 수 있으며, 다양한 영상 편집 툴을 이용하여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쉬워진 까닭이다. 비단 영상 기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엄청나게 뛰어난 능력(수려한 외모, 전문 지식 등)이 아니어도 우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 


이것은 이전의 매체가 지닌 특성과 비교할 때 매우 중요한 유튜브의 특성이다. 과거의 주요 매체들(책, 신문, 티비 프로그램 등)의 글과 영상은 생산자가 되는 것에 큰 장벽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수동적인 소비자로서만 기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생산자는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유튜브는 생산자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에서 더 나아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돕는다. '유튜브 레볼루션'에서 유튜브는 유튜버들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버가 직업이 될 수 있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말이다. 이처럼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이제 모두에게 열려 있다. 


2) 모두에게 열린 유튜브는 더욱 어려운 경쟁 시장이 되었다.


우리는 유튜브가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말을 보다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모두'라는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선 '모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말한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뛰어들 수 있지만 이들의 참전 가능성을 열어 놓는 순간 경쟁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수도 함께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취향을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겠지만 결국에는 극히 소수의 채널만 살아남게 된다.

 

또한 '모두'라는 말에는 평범한 개인 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 유명인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미 대부분의 방송사가 유튜브에 자리 잡았고 계속해서 유명인들이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그들과 평범한 개인의 차이는 단순히 인지도나 영향력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프라를 활용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 나간다.(백종원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5개월만에 300만 구독자를 달성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볼 수 있다.) 개인이 이러한 인프라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유튜브를 시작하여 개인의 힘만으로 성공하기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생산자로서의 진입 장벽이 무너지니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생겨버린 꼴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개인이 유튜브로 성공할 수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 '누구나 유튜브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종종 누구나 (쉽게)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통용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3) 유튜브의 핵심은 '영상'과 '콘텐츠'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는 유튜브를 단순히 남의 일로 치부하면 되는 것일까. 유튜브가 세상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유튜브를 수익원으로 인식하기 전에 유튜브는 중요한 미디어이고 유튜브의 영상은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이해하는 것은 이 시대의 매체를 이해하는 것이고 영상을 이해하는 것은 이 시대의 콘텐츠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체와 콘텐츠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관점에서 보다 능동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유튜브의 생산자가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기획, 촬영, 편집, 제작 더 나아가 홍보 및 소통의 영역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콘텐츠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더 깊게 관여하고 고민하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의 콘텐츠를 바라보는 힘과 통찰력을 부여할 것이다.


유튜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중요한 이유는 유튜브의 영상들이 향후 주류의 매체이자 언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영상이 세상을 삼켜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머지 않아 사람들이 먹방이나 브이로그를 왜 시청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유튜브를 통해서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에게 있어 유튜브가 가지는 핵심은 '수익원'이 아니라 주류의 매체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다는데 있다.




사실 지금도 개인이 유튜브로 성공하는 사례들이 출현하고 있고, 유튜브라는 영상 콘텐츠를 이해하지 않고도 문제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이 글은 전자의 이야기가 불가능하고 후자가 반드시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보다 이성적으로 유튜브(혹은 유튜버)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성적인 접근은 우리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도와준다.


어색한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여전히 위의 [판교 사투리] 일화처럼 '나도 유튜브 해야되는데..'라는 말에 '아, 맞아요. 저도...하아 언제하죠?'라고 대답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친구가 '나도 유튜브 해야되는데..'라는 말을 내게 한다면 이제는


'유튜브 꼭 해봐! 그런데 너 아마 돈은 못 벌거야' 라고 말해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혹은 이 글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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