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수놓은 벚꽃향연,
한시에 일어났다.
새벽 한 시
건물통제로 지금은 가봐야 일도 못한다.
그런데 다시 잠을 들 수가 없다.
왠지 늦도록 잠을 자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거실에서 방으로 오갈수록
남편의 분노 게이지가 상승하고(자면서 예민한 편)
아들은 제 방에서 뛰쳐나왔다.
까사미아 최고급 사양 하얀 리넨 거위털 소파가
누런 침자국으로 뒤범벅이 되어도 어쩔 수가 없다.
500만 원짜리 아이 침대라니
세시쯤 남편 방에서 운동복 쟈켓 걸치고
집밖으로 나와 석촌호수로 향한다.
외톨이 역할로 나는 세상 편한 사람이 되었다. 학교에서 나와 친밀하게 식사를 제안하는 사람 하나 없고
차를 나누어 마실 일도 없으며, 공치사나 날씨얘기, 가리고 가린 이야기 꾹꾹 눌러가며 하는 노동 안 해도 되었다. 그런데 그 컴패니언십이 그립다니, 조직의 울타리가 주는 그 따뜻함이 없다고 불평을 하게 될 줄이야.
나는 동전의 앞면을 선택하고 뒷면까지도 가지고 싶은 여자다.
일명 다 가졌으나, 더 갖고 싶은 여자.
석촌호수까지 가면서
혼잣말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민폐인생을 살지 말자.
감사하자.
그래도 아팠기 때문에 인증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내려놓은 결과를 얻었고,
계산서로 징계가 돌아왔지만,
억울함보다 고마운 마음으로 나를 무장해 보자.
나를 어떠한 충조평판 없이 지지해 주는 동기들과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이보다 더 어떻게 잘하고 칭찬해 주는
지인들이 손내밀면 닿는 곳에 있다.
이제부터 뒤는 보지 않기로 했다.
앞만 볼 거고
날겠다.
논문? 쓰면 되지.
강의? 하다 보면 늘겠지?
징계? 받으면 변호사 선임했겠다 대응하면 되지.
최악의 경우에도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안분지족 하고 살 수 있는데
왜 더 욕심내고 괴로워하겠는가.
일순간 어두운 하늘에 분홍빛 보석처럼 수놓은 벚꽃의 향연,
나도 모르게 뛰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지옥이었는데,
갑자기 또 천국이라니.
세상 이런 맛에 사는 건가.
재미있다.
한 번 살아볼 일이다.
후회도 여한도 없게
잘리는 그 순간까지 끝까지 매달려 버텨볼 테다.
내 앞에 펼쳐지는
그 모든 불합리하고 황당한 일들을 모두 각오하고 감내하겠다.
일순간 져버릴 운명임을 알지만 찬란하게 봄을 밝히는 벚꽃처럼
살아있는 순간은 최선을 다해 내 생명을 피워내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