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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Dec 23. 2023

친정엄마

미어게인 Me again

돌싱글즈, 솔로지옥, 아엠솔로, 하트시그널

애청하는 프로에 대해 남편이 못마땅한 듯 핀잔을 준다.

연애가 모자랐냐?


연애를 할 당시에 보지 못했던 

남여를 떠난 사람의 밀리고 당겨지는 감정의 선들을 관전할 수 있을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는 것이

마치 공포 혹은 재난 영화를 안락한 내집에서 팝콘끼고 앉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듯

남편과 아이와 외로움이라고는 1도 허락되지 않는 바쁜 일상에 쉽이 된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다. 


부재 중 '엄마' 전화가 있다.


조금 더 어릴 적에는 '외로움'을 견디는 힘이 작았다.

절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하소연 하기도 하고,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시어머니(나의 할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해소되지 않는 욕망을 나를 통해 채우기 위해

조종(요즈음 말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희석하여)하려는 것이 나를 지치게 한다며,

은근슬쩍 엄마 디스를 하기도 했다. 


십년 남짓의 세월

내 병수발(다른 어느 병보다도 마음의 병수발이란 어려운 일일 것임을 짐작하기도 너무도 압도되나)을 들어주신 엄마,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고, 한 번도 비난받지 않았고, 맛있는 김치, 장조림, 고기반찬을 얻어먹고 있다. 


엄마의 부재 중 전화가 어쩌면 엄마의 외로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야 불현듯 들었다. 

시큰둥하게 콜백하던 내가

처음으로 살갑게 다시 전화했다.

"또 전화할게~"


나 쉴 때,

나 편할 때는 

찾지 않는 내가

이번 연말에는 

된장국에 갈비라도 해서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넣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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