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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Near Project Nov 06. 2020

02. FILM <그 여름>

詩의 영상화, 단편영화 시리즈 1. 영상 제작기



Intro. 작품 소개




한창 감자 철 이맘 때 여름 
아련히 떠오르는 감자 보리밥 
그 여름 그리워 잠 못 드는 밤
아련히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
삼경에 헛것 보일라, 어서 자거라
밤하늘 별빛따라 귓가에 들려온다


   <그 여름>은 감자 보리밥을 지어주시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시이다. <그 여름>을 쓴 송희숙 어르신께서는, 어렸을 적 가난한 생활을 겪으며 어머니를 한없이 원망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어보고 나니, 당시 자신의 어머니가 그 누구보다 훌륭하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어머니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부모의 마음’을 영상의 주제로 잡았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감자 보리밥을 먹던 그 여름날의 어린 나와, 어느새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어 그 시절을 회상하는 지금의 나. 당신께서는 집에서 간장을 찍어 먹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을 정도로 밥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송희숙 어르신. 자신의 딸에게만큼은 한 끼 한 끼 배부르게 먹이고 싶어 하는 <그 여름> 영상 속 주인공 혜원은, 어르신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아기가 태어나 제일 처음 하는 게 뭔지 아세요? 가장 먼저 하는 게 먹는 거래요.” 
                                                                                   - <그 여름> 영상 中 혜원 Narr. -  








    Character. 인물 소개


혜원 역 (김태윤 배우님) : 

    혜원은 여느 엄마들처럼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크지만, 자식의 모든 부분을 일일이 챙기고 간섭하는 극성맞은 엄마는 아니다. 단, 먹는 것에 있어서는 배불리, 든든하게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에 딸에게도 조금 간섭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태윤 배우님은 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혜원과 많이 닮아있는 배우였다. 오디션 때부터 촬영 당일까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주셨다. 길어지는 촬영 시간에 지칠 법도 했지만, 도리어 힘내서 촬영하라며 비타민을 건네주시던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



딸 역 (권은빈 배우님) 

    배곯는 세월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는 다정한 딸은 아니지만, 엄마를 싫어하진 않는다. 먹는 것에 유독 집착하는 엄마의 유난스러움이 조금 귀찮을 뿐이다. 은빈 배우님은 배우로서 열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혜원 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레퍼런스 영상을 보내며 딸 역할을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자 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은빈 배우님은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놨던 딸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해주셨다.



회상 속 어린 혜원 역 (유서연 배우님) :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당시 혜원은 너무 어렸다. 어린 혜원은 가난한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먹고 싶은 음식 하나 제대로 먹지 못 하게 하는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서연 배우님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서연 배우님이 연기한 회상 장면은 촬영 전부터 여러모로 걱정이 많이 되던 장면이었다. 당일에도 다소 정신없게 촬영이 진행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혜원의 순수함과 철없는 투정을 잘 연기해주어 감사하다.  








Synopsis. 시놉시스
<그 여름> 스틸컷

    영상 속 혜원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See Near.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는 프로젝트의 취지처럼, 주인공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인터뷰 형식을 영상에 녹여넣었다. 혜원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하루 세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기에 음식의 소중함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었다. 당시 혜원은 철없는 마음에 밥 한 끼 배불리 챙겨주지 못하는 어머니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어느덧 가정을 꾸리고, 혜원은 사랑스러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자신이 겪어야만 했던 배곯는 설움을 딸에게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혜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딸의 끼니이다. 한 끼 한 끼 배불리 챙겨 먹이고, 부족함 없이 키워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딸이 행여 배고플까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날 밤. 혜원은 잠이 들지 못한 채 어머니에게 투정 부리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감자 보리밥이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어린 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혜원은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봄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어머니를 이해하고, 가여워하게 된다.  








     Behind. 제작기


 

<그 여름> 콘티 中 일부


 

    프로젝트의 첫 영상이었기에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특히, 촬영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콘티 작업에 꽤 많은 시간을 쏟았다. 세 명의 연출이 머릿속에 같은 구도를 그리고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밥상 위에 올릴 밥, 수저, 반찬들의 위치 등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미리 설정하고, 촬영에 필요한 모든 걸 콘티 안에 그려냈다. 처음엔 콘티를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만들어두어야 하나 싶었지만, 실제 촬영에서 콘티 하나만으로 빠르게 찍을 수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배우님께서도 ‘이 팀은 뭐든 금방금방 합의가 돼서 효율적으로 촬영이 진행된다며’ 기분 좋은 칭찬을 해주셨다.



<그 여름> 대본 리딩 현장



  안타깝게도, <그 여름> 영상을 준비하며 코로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오디션 직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졌고, 부득이하게 일정을 대폭 수정하며 촬영을 약 한 달 정도 미루게 되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된 이후 대본 리딩을 통해 배우님들과 합을 맞췄다. 촬영 당일에도 손소독제 사용,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에 유독 신경 썼다. 12시간이 넘도록 마스크를 쓴 채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힘이 든 건 사실이지만, 어르신들과의 인터뷰 일정이 남아있었기에 조심 또 조심하며 촬영에 임했다. 



<그 여름> 촬영 현장



  <그 여름>은 유독 소품이 많았다. 혜원과 딸의 식사 장면에 들어가는 소품만 해도 <김, 밥, 김치, 깻잎, 장조림, 계란 프라이, 뚝배기, 찌개 받침, 수저, 물컵> 등 준비할 게 정말 많았다. 촬영 전날 반찬을 미리 담아두고, 계란 프라이를 부치고, 찌개를 끓여놓는 치밀함이 필요했다. 깻잎 양념으로 가방 안이 물드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미리 준비해온 소품들 덕분에 촬영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그 여름> 콘티 中 일부



    철저하게 준비하고자 노력했지만 미숙한 부분도 있었다. 사진으로만 접한 로케이션 장소의 공간적 여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기에,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부엌이 넓지 않아 풀샷을 잡을 여유가 없었고, 벽면 구석에 예상치 못한 무늬가 있기도 했다. 다행히도 앞의 장면들이 예상 스케줄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대체할 만한 구도나 대안을 찾는 데에 시간을 좀 더 쏟을 수 있었다.



<그 여름> 촬영 현장

  


    셋 다 오랜만에 촬영을 하다 보니 욕심도, 걱정도 많았다. 콘티 구상 단계부터 컷 수가 많아 시간 안에 다 찍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결국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 반까지 열두 시간가량 촬영이 진행됐고, 시간의 압박 때문에 빠르게 넘어갈 수밖에 없던 장면도 있었다. 촬영 전 메인 촬영, 서브 촬영, 스크립터로 역할을 나눴지만 정신없이 촬영이 진행되며 후반부에서는 모두가 서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단 세 명이 진행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는 우리도, 배우님들도 처음이었다. 준비부터 촬영까지 모든 단계를 셋이서 모두 분담해야 했기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정말 컸다. ‘딱 한 명만 더 있었으면’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세 명 모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수행했기에 무사히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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