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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Near Project Nov 12. 2020

04. FILM <풍물놀이>

詩의 영상화 단편영화 시리즈 2. 영상 제작기







들어가면 나오고 나오면 들어가고
신명이 몸을 매만지는 사이
그들은 찌든 삶을 엮는다



    우리 이야기의 시작은 8월, 비가 거세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시 <풍물놀이>를 쓰신 박진철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눈 그날, 마음 속에 두 가지가 남았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시 <풍물놀이>의 주제로, 이제는 사라진 고향마을의 풍물 소리를 생각하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시를 쓰셨다고 한다. ‘꿈’이란 키워드는 즉시현금 갱무시절('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 순간에 열심히, 즐겨야 한다.')이라는 어르신의 좌우명을 듣자마자 뇌리에 스쳤다.



"다시 시작해도... 늦진 않았겠죠?"
- <풍물놀이> 영상 中 진석 Narr.

 





FILM <풍물놀이>


    단편영화의 두 번째 시리즈, <풍물놀이>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현실의 삶에 치여 자신의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던 한 청년이 고향의 소리인 풍물소리를 매개로 어린 시절 꿈을 향해 다시 나아가려는 모습을 그려냈다.



<풍물놀이> 스틸컷


    영상 속 풍물놀이는 고향의 소리이자,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해주는 상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 주인공 진석이 현실을 버텨내며 문득 들려오던 풍물놀이 소리를 매개로 고향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꿈을 향해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게 하는 데에 중요한 장치로 활용된다.






CHARACTER. 인물 소개


진석 역 (이시형 배우님) :


    진석은 어릴 때부터 글이 쓰고 싶었다. 상경을 해서도 쭉 글을 쓰려 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생계유지를 위해 여러 일을 전전하다 택배 기사 일을 시작했다. 꿈을 버리진 않았지만, 바쁘고 힘든 택배 일을 하다 보니 꿈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유난히 최근 들어 일상적인 일들이 벅차다. 그럴 때마다 문득 고향의 풍물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잠시 고향에 다녀오기로 결심한다. 고향에 갈 짐을 싸던 중, 그는 꿈 많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마음속 깊이 간직하던 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린 진석 역 (손호태 배우님):

     꿈 많은 고등학생 낭랑 18세. 언뜻 보면 그저 천진난만한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무엇보다 꿈에 있어서만큼은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다. 글 쓰는 걸 좋아해 늘 어디에서 무언가 혼자 사색하고 기록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BEHIND THE SCENE


    <풍물놀이>의 시나리오는 8월에 완성됐다. 첫 번째 시리즈 <그 여름>보다 시나리오를 완성해내기가 어려웠다.  풍물놀이를 영상 속에 어떻게 녹여내는가가 이번 시나리오의 관건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풍물놀이 소리를 회상의 매개체로 풀어냈는데, 영상 속에 녹아들어 간 풍물놀이를 자연스럽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풍물놀이 관련 촬영은 학교 풍물패 동아리와 함께 진행했다. 학교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풍물놀이> 작품에 담아낼 수 있어 참 좋았다.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며 콜라보를 제안하자 흔쾌히 치복(풍물 의상)까지 입고 함께해준 풍물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고려대학교 풍물패



    오디션부터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풍물놀이> 오디션이 있는 주에 첫 번째 시리즈 <그 여름>의 촬영이 있어 촬영과 오디션 준비를 병행해야 했다. 그다음 주엔 바로 대본 리딩과 어린 진석 촬영이, 2주 뒤엔 성인 진석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실 <풍물놀이> 촬영은 전작에 비해 로케이션이 많은 편이기도 하다. 촬영을 이틀로 나누어 진행하기도 했고 다른 작품에 비해 촬영 시간이 긴 작품이다. 그만큼 우리에겐 몇 번의 어려움이 있었다. 어린 진석이 나오는 장면에 쓰일 만한 시골 풍경을 정릉천에서 촬영했는데, 진석이 앉아 있는 곳 바로 몇 계단 뒤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산책로가 있었다. 산책로가 최대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구도를 다양하게 고민하며 촬영에 들어갔다. 문제는 막상 촬영본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소음이 매우 심해 후시 녹음이 불가피했다. 다행히도 우리의 프로젝트 멤버 전양이 열심히 음향 보정을 해주어 편집본에서의 이질감은 크게 들지 않는 듯하다. 


<풍물놀이 콘티 中>


    또 다른 고비는 성인 진석의 지하철 촬영이었다. 촬영 당일은 추석 연휴 첫날로 예정되어 있어 사람이 크게 많지 않을 것 같았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지하철 내에서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는 점을 (부끄럽게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촬영 며칠 전 사전 촬영을 하며 이를 깨닫고 급하게 다른 씬을 구상해냈던 기억이 난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동선도 촬영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해결해냈다.






    배우님 얘기도 빠질 수 없을 듯한데, 우리는 오디션을 진행하며 성인 진석과 어린 진석의 싱크로율 매칭에 중점을 두었다. 코로나 사태가 심해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오디션을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두 배역의 싱크로율 매칭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오디션을 통해 똑 닮은 두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디렉팅이나 스타일링 등으로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캐스팅 확정 이후 대본 리딩과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두 배우님께 '진석이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 어떤 톤으로 연기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석이라는 동일 인물을 연기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풍물놀이> 촬영현장1


    두 배우님 역시 진지한 태도로 작품에 임해주셨다. 어린 진석 역을 연기한 호태 배우님은 촬영 당일 뜨거운 햇살에도 늘 웃음을 잊지 않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고향이 경상도가 아님에도 사투리를 많이 연습하고 오셔서, 촬영날 거의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사투리 연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배우님의 뜨거운 열정은 오디션 때부터 드러났는데, 어린 진석의 경우 짧은 씬의 연기를 부탁드렸음에도 불구하고 6~7가지 버전의 영상을 촬영해 보내주셨다. 배우님의 열정 덕분에, 어린 진석의 연기와 캐릭터를 보다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풍물놀이> 촬영 현장 2


  성인 진석 역을 연기한 시형 배우님은 작품과 인물의 완벽한 이해를 위해 깊게 연구하며 많은 질문을 주셨고, 우리는 시형 배우님의 질문 하나하나에 긴장했다. 하지만 결국 그 질문들 덕에 우리의 부족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고, 작품의 깊고 세세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며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다. 촬영 당일 장비를 함께 들어주고 서프라이즈 커피까지 사주신 배우님의 스윗한 모습도 인상 깊었다.


<풍물놀이> 촬영 현장 3


    <풍물놀이>에는 여러 특별출연도 등장한다. 우선 어린 진석의 친구들은 실제 우리 프로젝트 멤버이자 N개의 역할을 하는 천군(24)과, 몇 년 전 함께 방송국을 했던 멋진 선배님 이군(25)이 연기해주었다. 배우가 아님에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두 친구들이었다. 또 어머니 목소리 연기를 해준 프로젝트 멤버 이양의 어머님 정 여사님도 여러 버전의 연기를 선보이며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셨다.



                     작품에 함께해주신 모든 배우님들의 멋진 연기와 태도에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





 


   정신 없이 바쁜 일정으로 갑작스런 문제가 생길 때도 있었지만, 촬영을 두 번째로 진행하며 우리는 점점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촬영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음은 우리와 함께해준 이들의 인내심과 따뜻한 마음 덕분이기도 하다. 추석엔 촬영과 다음 시리즈 촬영 준비로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여느 때만큼이나 따뜻하고 풍성한 2020년의 9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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