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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짧은 두루미 May 11. 2024

이상한 병원 -1

병원엔 다시 안 가겠지만 생각해보니 너무 재미있어


예전에 병원에 갔다가 내 생애에 다시는 못볼 진기한 것을 목도하였음. 기록으로남김.

처음엔 동네 병원 치고는 꽤 크고, (과가 여러 개. 건물 하나가 통채로 다 병원) 그냥 평범하구나 생각하였음.

의사쌤도 친절하고 설명이 상세하였음.


진료 보고 검사를 하고 다시 진료실로 가니

진료실 안에서 누군가 난동을 부리고 있었음.

이렇게 큰 병원에 경비가 없나, 싶었는데

진짜 없었고, (그 시간에는)

알고보니 필요가 없었던 거.


진료실 안에서 환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결국 막말을 하니,

주변 의사 선생님들이 '무슨 소리가 이렇게 커? 무슨 일이야?'라며 내가 기다리고 있던 진료실로 모여 들었음.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에게 '일 안한다'라고 야단치며 그들의 일을 방해하던 환자는 밖으로 나갔는데

결국 수납처 로비에서까지 큰 소리가 났음.

근데, 이건 분명 아까 여기 왔던 다른 방 의사선생님들의 목소리 같았음.

"왜 반말을해?"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

"블라블라"

"너같은 놈은 혼 좀 나봐야해. 절대 그냥 못 가."


이거, 환자와 의사쌤의 대화임.

그래도 계속 난동을 부리자

"야, 경찰 불러. 이런 놈은 혼내줘야해."

이것도 의사쌤의 목소리였음.

그랬음.

이 병원엔 의사 쌤들이 기도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임.

그러니 경비가 자리에 없어도 문제 없었던 것임.


내가 진료를 마치고 수납을 하러 나갈 때까지 계속 소란스러웠음.

의사나 환자나 모두 만만치가 않았음.


심지어,

집에 가려는 그 환자를 의사가 배로 밀쳐내어 자리에 앉게 하였음.

너 못 간다고.

그 의사쌤만 아니었어도 그 환자 집에 갔음.


그러던 중 끝판왕을 발견하였음.

할아버지가.. 어떤 할아버지가 완전히 환자를 제압했는데

제압하는 방식은 그 환자보다 더한 진상을 부려서 였음...

가느다란 팔을 휘적거리며 난동 부리던 환자의 얼굴을 때리고 (때린다기 보다는 꼬집는 거에 가까운. 아픈 기색도 없었던) 10분 넘게 육두문자를 날리는 그분은

한 8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노인분이었음....


환자는 아픈 기색도 없이

"좋아요 쳤어요? CCTV 찍혔지?" 라고 하는데도

주변 사람들도 딱히 반응이 없고 할아버지는 더더욱 전투열이 높아졌음.

사실, 이 할아버지만 아니었어도 난동은 짧았을테고,

이 환자는 벌써 갔을 것 같음...

둘이 싸워대서 저분도 병원에 오래 있었던 것 같음...


저 할아버지는

어쩌면 저렇게 꾸준히 지속적으로 오래 욕을 쏟아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다가

복장으로 보나 몰골로 보나 아무리봐도 의사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환자도 아닌 것 같은데

동네 할아버지가 난동을 보고 심기가 불편하였다면 그냥 밖으로 나가시면 될텐데

대체 누군데 병원 안쪽에서 나와서 안쪽으로 끌려들어가는가..

끌려들어갔다가 어떻게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하는가.

대체 어디로 데려가길래 저렇게 스프링 튀어오르듯

금방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하는가.

궁금해서 물어보았음.

마침 수납 데스크 앞에 있던 차라, 직원들에게 물어 보았음.


"저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여직원이 시선을 피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음.

주변에 있던 남직원에게 물어보았음.

저 할아버지는 대체 누구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대답하지 않음.

'반응을 보니 분명 아는 사람인데?'

남직원은 얼굴을 감싸쥔 채로 (남들 안 보이게) 작게 소근거리며 대답해 주었음.

"대표 원장님이요. 이 병원 설립자예요."


그랬던 것임. 대표 원장선생님이 기도 역할을 넉넉히 하시니

병원에 경비가 필요 없었던 것임.

다른 환자들도 기분이 나빠져서 집에 가려는데

영업시간도 꽤 남았고 잡을 줄 알았는데

직원들이 잡지도 않고 빠르게 정중하게 말함

"네 안녕히 가세요"


예약을 해놓긴 했는데

이 병원 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심히 갈등하였음.

정밀하게 검사하고 싶어서 보라매 병원을 갈까 하다가

저 병원이 근처에서 가장 크고 좋다길래 갔었는데

결국 보라매에서 다시 진료를 받아던 것임.




* 이 병원 선생님은 빠르게 수술할 것을 권했지만,

다음번에 또 연재할 이 병원의 황당한 이야기 때문에 결국 다른 병원으로 갔고,

그 병원에서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는 일정 때문에 사실 수술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서 걱정이 컸고

수술으 받자니 포기해야할 것도 너무 많았다.


깜빡 속아서 쓸데 없이  병원 전기세 대신 내줄뻔 했는데 저토록 괴이한 사태를 보고 보라매 병원으로 간 덕에 무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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