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또 오늘을 그리워하리

2011년의 책들 4. 다 지나간다

by 루빈

최근 나는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특히 ‘나쁜 일이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관심이 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늙어가면서 겪게 될 어려움 앞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2011년의 책 중 한 권인 <다 지나간다>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 백 년 사는 동안

하루하루가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었네.

제일 좋은 방법은 내버려두는 것.

그저 가을바람 불어 귓가를 스칠 때까지 기다리세.

내일이면 또 오늘을 그리워하리.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풀기 너무 어려울 때는 그냥 내버려 둔다. 가만히 있는다. 책 제목처럼 <다 지나간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저렇게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할 수 없을 때는 뭐 내버려 두고 가만히 있는 수밖에. 그렇다고 무조건 가만히 있는 건 안 되겠지만. 예를 들자면


세상을 살면서 반드시 잘 처리해야 하는 세 가지 관계가 있다. 첫째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이고 둘째는 가족관계를 포함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며 셋째는 마음 속에 있는 이성과 감정의 대립과 균형 사이의 관계다.

----이렇게 잘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 아니, 나는 보통 관계라고 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나와의 관계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관계는 좀 다르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라. 나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가? 실은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앞으로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사람과의 관계는 늘 전전긍긍하고 있는 문제니 패쓰.


다음으로 책에서는 나와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성과 감정의 대립과 균형 사이의 관계’ 라고 말한다. 나는 치킨이 먹고 싶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자. 치킨이 먹고 싶은 마음이 감정,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성 아닐까?


절주하려는 노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은 감정, 명상(등)을 하겠다는 결심과 실행은 이성. 내 안에서 두 가지(혹은 여러 가지) 생각이 싸울 때 이렇게 풀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다 지나간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따로 있다.


몇년 전 펑즈카이 선생께서 차츰차츰이라는 말에 대해 쓴 산문을 읽었다. 선생은 이 말의 신통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생긴 뒤 그 슬픔과 고통이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줄어들지 않는다면 아마 사람은 살 수 없을 것이다. 또 아주 기쁜 일이 생겼을 때도 차츰차츰 평정을 되찾지 못한다면 기쁨에 도취되어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슬픔과 기쁨 외에 늙음도 역시 이렇게 차츰차츰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다. 자신이 늙었음을 차츰차츰 인식해간다면 인생이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님을 깨닫는 동시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위의 구절을 보고 차츰차츰이라는 말이 좋아졌다. 차츰차츰 내가 원하는 나로 나아간다. 차츰차츰 회복되고 차츰차츰 성장할 것이다. 지나가고 바뀌는 상황에도 차츰차츰 적응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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