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없이 살아보기
8월에도 계속 지난 기록의 아카이빙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21일간 불평없이 살아보기’ 챌린지를 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7, 8월에 <불평없이 살아보기>라는 책의 일부(40장 정도)를 번역하게 되었는데 번역 도중 불평없이 살아가는 일의 놀라운 효과를 칭송하는 간증의 글을 거듭 접하게 되었다.
귀가 솔깃해져 나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마침 그때 스레드가 인기를 끌고 있어서 스레드에 기록을 남겨보았다.
7월 18일부터 44일간 불평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불평 없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하루 이틀 불평을 안 하게 되고 막바지인 8월 말에는 6일 동안 불평을 안 하기도 했다.
이사를 오게 되면서 불평없이 살아보기 챌린지도, 쓰레드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불평 없이 살아보기의 놀라운 효과를 직접 겪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첫 번째로 나의 불평을 의식하게 되었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내가 불평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챌린지 덕분에 내가 언제 어떻게 불평하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 챌린지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낀 점이다.
두 번째로 불가능하고 생각했던 일의 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6일 동안 불평을 하지 않고 지냈던 것은 놀라운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극적으로, 좀 더 오래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대체로 뭔가를 시작해서 한 번에 바라던 효과를 거둔 적이 없다. 그래서 시도를 했고 뭔가 배운 점이 있었다는 데 만족하기로 한다.
44일간 불평 기록을 남겼다고 해서 나의 일상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다. 물론 극적인 변화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불평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 시도가 일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겪어보고 싶었다. 이미 챌린지를 내려놓은 지 몇 달이 지나긴 했지만.
그런데 단지 불평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더 나아질까? 불평이 없는 자리는 어떻게 채워질까? 불평을 하지 않는 삶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일까? <불평없이 살아보기>를 쓴 윌 보웬의 딸 리아 머피의 증언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는 누군가 불평 없는 삶을 선택하면 자신의 삶을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요. 불평을 멈추면 지금의 삶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고, 인간관계가 더 깊고 의미 있게 다가올 거에요 그리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감사할 일을 찾게 될 거랍니다.
이어서 리어 머피는 남편과의 대화 일부를 언급한다.
제가 남편에게 저의 어떤 점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그는 ‘한결같이 긍정적인 태도’라고 대답하더군요.
남편이 말했어요. “당신은 정말 긍정적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점을 찾아내잖아.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고칠 돈이 없어도 ‘융자를 받는다는 옵션은 있잖아’라고 말하지. 항공편 중 하나가 취소되었을 때는 ‘적어도 우리는 여기 함께 있어’라고 했고. [.....] 물론 당신도 힘들 때가 있을 거야. 하지만 당신은 상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행복을 느낄 만한 무언가를 찾아내잖아.”
리아 머피는 무려 9살 때부터 아빠 윌 보엔에게서 ‘불평없이 살아보기’ 챌린지를 접했다고 한다. 그러니 챌린지 자체가 그녀의 일상이 되었을 만도 하다. 이렇게 불평 없이 사는 태도 자체가 일상이 된 그녀의 삶 속에 불평 대신 들어온 것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마음,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점을 찾아내려는 태도다.
나는 물론 리아 머피의 근처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매사에 걱정과 불안이 많은 나로서는 상황의 어려운 점과 힘든 점보다 긍정적인 면과 감사할 점을 찾도록 이끈다는 ‘불평없이 살아보기’ 챌린지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내년에 다시 시도해보면 어떨까? 내년이 되면 그때의 상황과 투두리스트에 끌려다니며 지금의 마음을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그렇듯 나는 잊어버려도 내가 남긴 기록은 잊지 않는다. 불평없이 살아보기 챌린지에 이끌렸던 마음과 생각들을. 내년의 시도는 내년의 나(와 기록)에게 맡기고 이로써 지난 8월 기록 정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