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걸이 일지
7월 기록모임에서는 두 가지 기록을 했다. 첫 번째 기록은 아카이빙으로, 그간의 주간리뷰와 월간리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기록은 일종의 일간리뷰 격 기록으로, 나는 이것을 ‘외투걸이 일지’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바바라 애버크롬비의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다.
날마다 그날의 경험을 하나의 문장으로 농축해라. 그것을 외투걸이 일지라고 불러라. 더 커다란 기억의 옷들을 걸 수 있는 틀이 되어줄 곳이다.
이 문장에 꽂혀서 2018년부터 2020년, 3년 동안 외투걸이 일지를 썼다. 그날의 경험을 한 두 서너줄로 농축하는 기록이다. 지난 기록을 뒤적거리다 외투걸이 일지를 발견하여 이번 7월 한달 동안 써보았는데 썩 귀찮은데다 매일 실행노트를 쓰고 있어 중복되는 터라 한 달만 하고 중단했다.
그 가운데 의미가 있어 보임직한 외투걸이를 꺼내 보면 다음과 같다.
2018년
2월 5일: 로망 중 하나, 필라테스에 발을 들여놓다. (이날,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했구나)
3월 21일: 봄눈이 마구 쏟아졌고, 필라테스 사람들과의 대화가 좋았고, 푹 잤고, 진도도 괜찮았다. 안정감 있는 날. (내게 있어 안정감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함)
6월 16일: 미켈란젤로에 거듭 감탄. 서경석 작가님의 부인이 보고 싶어하던 피에타에 매료되었다. 성 베드로 성당 미사에서는 기도하기 전에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함. 마음이 좀 더 자라서 이 곳에 오고 싶다(이탈리아 여행 중 감상)
지난 7월의 외투걸이 일지는 손글씨 연습도 할 겸 손으로 써보았다. 하지만 손글씨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기억에 남기고 싶은 며칠을 꼽아본다.
7월 16일: <불평없이 살아보기> 작가 윌 보웬의 딸 아멜리아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항상 좋은 점을 찾아낸다.
7월 21일: 오늘도 새 책 적응에 버퍼링이 있었다. 하지만 브러시업 라이프를 완주해 기분이 좋았다. 덕을 쌓는다는 것.
7월 25일: 무슨 정신으로 일을 하고 운동을 다녀왔는지. 저녁엔 새 집을 보러 간다. 드디어 이사.
7월 31일: 이디야에서 새로운 오픈채팅방을 열고, 깍두기 가계부를 공부했다. 은근히 새로운 시도를 즐기게 된 것 같다.
한마디로 매일(실행노트와 모닝페이지), 매주(실행노트와 주간리뷰), 매 달(월간리뷰) 단위로 기록을 한다. 주 5일 원서기록을 하고(지금은 마감이라 쉬고 있다) 매주 행복한 일을 기록하고, 목요글쓰기를 한다. 블로그에 주 1회 낯선 일 기록을 한다(하는 것이 원칙이다).
요즘 쓰는 기록만 펼쳐보아도 적지 않은 듯하다. 다행히도 이런저런 기록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되는 대로(?) 하는 편이다. 주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쓰고, 로봇청소기 돌리면서 쓰고, 혼술하면서도 쓰고, 틈틈이 쓰고, 슬렁슬렁 쓰고, 쓰다 말다 하면서도 쓰고, 한번에 몰아서도 써도, 내키는 대로 손에 닿는 대로 손에서 나오는 대로 쓴다.
주간리뷰와 월간리뷰 아카이빙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10월에 이어갈 것이다. 10월의 아카이빙이 어찌될지는 뭐 그때 가보면 알겠지.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이든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매일. 이것이 기록모임을 하는 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