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글

모든 내가 다 소중하다.

by 루빈


작년 6월 18일, ‘모닝페이지 다시 읽기’라는 주제의 첫 글을 썼다. 그리고 어느새 훌쩍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마지막 글을 쓴다. ‘이렇게나 오래 걸리다니!’ 하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쓴 모닝페이지를 다시 읽고 매년 어떻게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써 온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여기까지 왔구나, 수고 많았어.


모닝페이지를 쭈욱 다시 읽으며 지난날의 나와 같은 시공간에 있는 묘한 느낌이 들곤 했다. 내 겉모습은 나이가 들고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지난 내 글을 읽으며 ‘아, 그랬었지. 맞아. 이때 좋았었는데’라고 느끼는 나는 예전의 나 그대로이기도 했다.

내 안에는 여전히 그때의 내가 있다. 그때의 감정과 오래전 걷던 거리, 카페에서 앉아 있던 의자, 그때 듣던 노래의 기억도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이런 사실을 깨달을 때면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이런 순간과 기억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나, 그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한결같은 나의 모습. 모닝페이지 안에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함께였다. 그 ‘함께’라는 실감 속에서 내게 더 다정해지고 나를 더 보듬어주고 싶은 충동 같은 것을 느꼈다.


가끔 주변과 엇갈리고 어긋나고 상처받고 오해가 생길 때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고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나다. 내가 미처 몰랐을 뿐.


괜찮아. 이런저런 실수를 하고 이렇게 저렇게 부딪혀도 괜찮아.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우고 넘어지면서 컸잖아. 수많은 경험이 다 네가 더 강한 어른으로, 더 나은 너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란다. 모닝페이지를 앞에 두고 이런 혼잣말을 하다 보면 어디선가 치고받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글을 시작하면서 모닝페이지는 ‘자기 돌봄 루틴’이라고 썼다. 매일이 피곤하고 벅찬 우리에게는 자기 돌봄(self care) 루틴이 필요하고, 하루 30분 모닝페이지를 쓰는 시간으로 내 마음을 돌보고 챙길 수 있다고도 했다.


바쁘고 피곤한 틈을 쪼개 모닝페이지를 쓸 시간을 마련하면서 나는 자기 돌봄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가지 더 배웠다. 내 마음에 쌓인 이야기를 털어내고 잘 들어주는 것이었다. 마음속 상처와 욕망에 귀 기울이는 것이었다.


때로는 너무 높고 때로는 너무 낮은 내 감정의 파도를 모닝페이지에 있는 그대로 쏟아내고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어떤 날은 너무 높아서 날 힘들게 하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낮아서 날 무너뜨리게 할 것 같아도 그 모든 내가 다 소중했다.



내 노트는 말이 없다. 나는 오히려 그 침묵에 귀 기울이며 한 수 배운다. 지금껏 저지르고 만 숱한 과오가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되어 나 자신을 세련되고 유연하게 만든다.


-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 <늙는다는 것의 의미> 중에서


모닝페이지 속에 담긴 내 모습이 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처구니없을 때도,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숱한 과오가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되어 나 자신을 세련되고 유연하게 만’들 것이라고 감히 기대해 본다.


오늘도 난 모닝페이지를 쓴다. 내 마음을 마주하고 나를 돌본다. 모닝페이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 늙어갈 날이 외롭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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