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하려고 결혼한 거야?

Intro

by 시소유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어?”



결혼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나도 주변에서 누군가가 결혼한다고 하면 가장 묻고 싶을 것 같은 질문이기도 하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결정해버리는 일이니, 도대체 자신의 평생을 걸만한 그 확신이 어디에서 들었는지.


내 나이 스물둘, 그의 나이 스물다섯에 만나 이 년 이 개월의 연애를 했다. 그중 결혼 준비를 일 년 십 개월 정도 했다. 둘 다 학생이라 돈이 하나도 없어서 ‘0원’부터 함께 결혼 자금을 모았고, 그러느라 우리의 데이트는 늘 단출했다. 경제적으로나 커리어 면에서 안정이 된 후에 결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안정은 커녕 졸업 후 진로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준비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연애를 딱히 오래 한 것도 아니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함께 유학길에 오르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이상할 것이 당연했다. 왜 벌써 해?



“우리? 세계여행 갈려고.ㅋㅋㅋㅋ”



처음에는 뭐라고 장황하게 설명했던 것 같다. 뭐라고 대답하면 듣는 사람도 ‘아 정말 결혼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구나’라고 생각해줄까, 살짝은 고민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결국 말하다보면 세계여행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취미가 진짜 잘 맞았고 가치관도 잘 맞고... 싸우지도 않고... 그랬는데…! 우리가 졸업을 같이 했거든! 그러다보니까 미래에 대한 계획도 같이 세우게 되고... 둘 다 여행을 좋아하니까 제대로 자리 잡기 전에 세계여행 한번 찐하게 다녀오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다가 ‘같이 가자!’ 이렇게 돼서... 긴 여행을 가기 전에 부모님 안심도 시켜드리고 우리도 더 안정적인 관계가 되어서 가면 좋으니 결혼을 하고 가자... 그래서 결혼을...”


응? 아, 그래서, 세계여행 가려고 결혼하기로 한 거라고?”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ㅋㅋㅋㅋ”


이후로는 같은 질문을 받으면 그냥 ‘세계여행 가려고.’ 라고 대답했다.




결혼의 이유가 뭐가 그리 간단하냐 싶겠지만 사실 그건 정말이었다. 우리에게는 세계여행이 결혼을 결심하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는 세계여행을 의논하며 서로의 가치관이 상당부분 같은 곳을 향해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대신에 일 년 이상의 긴 여행을 하자고 할 때 그걸 ‘그러자’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설명해주었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소유를 위한 소비가 아닌 경험을 위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삶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내가 내 삶을 직접 정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때문에 나는, 세계여행을 함께 할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이유가 또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여행은 일 년 이상의 긴 세계여행이었다. 작정하고 하는 세계일주 말이다. 이는 분명 일반적인 경험은 아닐 것이었다. 내 인생에서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평생 기억하게 될 일생일대의 도전이 될 것이었다.


이 여정을 이 사람과 공유할 거라면, 이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었다. 나의 이 귀한 경험을, 우리의 이 경험을 평생 되새기며 살아가고 싶었다. 늘 이 나이로 머물 수는 없겠지만 젊은 날에 멋진 도전을 했던 서로의 가장 당차고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억해주는 누군가와 여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도전의 순간을 함께하며 나의 가장 강한 모습, 가장 약한 모습, 가장 나다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게 될 이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내가 이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혼을 했다.

이제 여행을 시작해보려 한다.





20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