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우랑 친한 사람들인데!" / 목포

(2) 가족이라는 무거운 이름 # 2

by 시소유

며칠 전에 지우가 연락을 해왔다. 목포에 언제쯤 가냐고 물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려놨으니 자기 집에 가서 자고 가라고 했다. 지우는 목포에서 나고 자랐고, 부모님이 계신 본가가 목포에 있다.



목포 터미널에 도착해서 지우네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으로 갔다. 아버님께서 내려오셔서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현수, 예인이, 하시며 아들 친구들의 이름도 잊지 않고 불러주셨다.


점심을 먹고 차를 한 잔 하자고 해주셔서 우리는 어린이집 2층으로 초대받아 올라갔다. 교사 사무실에 아버님, 어머님,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둘러앉았다. 아버님은 어제 직접 볶은 커피라고 말씀해주시며 커피를 내리셨고, 어머님은 우리 몫으로 남겨두셨다는 피자를 내어 주셨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지우를 통해 서로를 느끼고 있는듯 했다.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세계여행 중인 것과, 내가 글 쓰는 사람인 것을 알고 계셨다. 우리는 여행에 대하여, 어린이집에 대하여, 지우에 대하여,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부모님께서 두 아드님을 얼마나 마음 깊이 사랑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버님은 멋진 미소 뒤에 바다 같은 따뜻함이 있으셨고, 어머님은 사슴 같은 아름다운 눈망울 뒤에 부드러운 강인함이 있으셨다. 사람에 대해 순수한 애정이 넘치는 지우의 귀한 성품이 어느 밭에서 어떤 햇살을 받으며 자라났는지 알 것 같았다.




저녁을 다 먹고 살짝 산책을 할 겸 갓바위가 있는 쪽으로 가자고 하셨다. 차에서 내려 갓바위 주변의 산책로를 걸었다. 밤이 되어 주변에 불이 켜지니 장관이었다. 이 엄청난 야경을 보여주려고 그동안 그렇게 흐렸나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았던 날, 우리는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짙고 깊은 푸른색 하늘, 그리고 그와 같은 색을 띤 바다는 파도가 만들었다는 예술 작품, 갓바위를 비추는 액자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마음껏 그 합작품을 감상했다.


갓바위를 다 보고 차에 타 평화광장 쪽으로 다시 가니 마침 춤추는 바다분수가 나오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바다분수가 나오는 시간을 생각하시고 그에 맞게 움직이셨던 거였다. 섬세하게 신경써 주시고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하시는 그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아버님, 너무 감사합니다. 저녁도 정말 맛있는 걸로 사주시고, 이렇게 좋은 것들도 많이 보여주시고...”

“아~니! 이 정도야 뭐... 우리 지우랑 친한 사람들이라는데!”


아들이 얼마나 예쁘면, 오늘 처음 만난 우리를 이렇게나 예뻐해주시는 걸까. 아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크시면, 아들이랑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 걸까. 서울에 떨어져 사는 아들이 참 보고싶으시겠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 현수 보니까 우리 아들들 생각나네~’하셨던 어머님의 말씀도 귓가에 울렸다. 나는 지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아이고, 우리 장남~!”


아버님은 아들의 얼굴이 화면에 뜨자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띠며 ‘우리 장남’을 부르셨다. 긴 여행을 하는 우리를 항상 가슴 속 깊이 넣어두고 보고싶어하실 우리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께서는 귀한 손님이 온다고 어제 장도 보고 과일도 사고, 내일 아침밥을 위한 불고기도 재어놓으셨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는 어머님이 정성스레 깎아주신 새 과일과, 들어오는 길에 사갖고 온 맥주를 꺼내 아버님이 직접 공방에서 만드셨다는 식탁에 앉아 함께 먹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은 우리의 여행이 너무 좋아보인다고 하셨다. 아버님도 몇 년 안으로 꼭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녀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님께 ‘우리도 절대 늦지 않았어~!’하며 웃으시는 모습이 꼭 모험을 앞둔 소년 같았다.





2018.04.

대한민국 목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