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정육점 / 천안

(2) 가족이라는 무거운 이름 # 3

by 시소유

천안에는 남편의 군대 친구인 오름 씨가 산다. 이른 점심 쯤 오름 씨를 만나 함께 독립기념관과 단대 호수를 다녀왔다. 오름 씨가 차를 태워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천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오름 씨 부모님께서 댁으로 초대를 해주셨다. 오름 씨가 4년 전 전국 자전거여행을 했을 때에 부산의 남편 집에서 하룻밤 묵었던 것을 기억하시고는 우리가 온다 하여 저녁을 대접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천안에서 18년 째 정육점을 운영하고 계시는 오름 씨 부모님 댁으로 갔다.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오자 너무나 반가운 얼굴로 문 밖으로 나오셔서는 환영해주셨다. 식탁에 전기 그릴을 올려 놓고 차돌박이를 꺼내주셨다. 스티로폼 접시에 고기가 가득 차있는 것으로 세 덩이나 주셨다. 따끈따끈하게 갓 지어진 밥을 예쁜 사기 그릇에 뚜껑까지 덮어서 주시고, 김치도 종류별로, 직접 끓이신 청국장과 빈대떡까지 주셨다. 아버님이 제일 좋아하신다는 맥주도 한 병 꺼내주셨다. 이렇게 진수성찬인데 아침에 마트가 닫아서 장을 못 봐 차린 게 너무 없다시며 미안해하셨다.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곤 맛있게 먹는 것 밖에 없는 우리는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에 더욱 죄송스럽고 감사했다.



오름 씨와 우리 부부가 먹고 있는 동안 부모님께서는 방 안에 들어가 계셨다. 편하게 우리끼리 이야기하며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 같았다. 다 먹고 좀 쉬다가 이제 숙소로 돌아가려고 일어나니 방에서 나오셨다.


“여행 중이시라면서요~”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미소 띤 얼굴이 고우시다. 아들의 친구에게 말 한 마디 한 마디 존댓말을 잊지 않으신다.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응원한다고, 너무 부럽다고 해주셨다. 차를 타러 가는데 차 앞까지 오셔서는 뒷자리 문을 열고 들어가 앉는 내 손을 꼭 붙잡으신다.


“그리구 이건 진짜 별 거 아닌데... 후원금... 여행 자금에 보태시라구요.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눈물이 날 뻔했다. 내 손을 여러번 만지작거리시는 어머님 손이 너무 따뜻해서, 봉투를 쥐어주시며 나와 내 손을 번갈아 바라보시는 그 눈빛에 과분한 진심이 담겨있어서,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오로지 내 오감으로만 담아내야 했던 그때 그 순간의 어머님, 그 가슴 시린 따뜻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던 그때의 감정,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던 어머님의 목소리, 그때의 분위기...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2018.04.

대한민국 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