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살아있는 것에 대하여 # 4
어제 투어해 준 가이드가 오전 10시 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방문하면 레닌 묘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해서 오늘 가보려고 했다. 그곳에 가면 실제 레닌의 죽은 몸이 거의 살아있는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보존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들리는 말로는 레닌을 그대로 보존시킨 이 레시피(가이드가 이렇게 표현했었다)를 북한에서 와서 얻어갔다고 한다. 북한 어딘가에 김일성과 김정일도 이렇게 보존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미 혼이 빠져나간 몸을, 나의 죽어있는 몸을 꼭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서 수십 년이 지나도록 후대의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이 진정으로 사자가 원하는 바일까? 혹여 죽기 전에는 원했다 하더라도 몸을 벗어버린 후 영만 남은 레닌도 원하는 바일까? 레닌이 없어진 레닌의 몸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슨 이유에선지 경찰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오늘은 레닌의 묘에 들어갈 수 없는 날인 것 같았다. 내일 다시 와보자 하고 크렘린 궁 안으로 들어가보려 했는데 그곳도 막혀있었다. 안내 문구를 보니 ‘목요일 휴관’이라고 써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날이 아닌 가보다. 결국 계획했던 레닌 묘와 크렘린을 모두 가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이렇게 예쁜 모스크바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그런 날이었다. 계획은 수정하면 되고 더 좋은 것들로 하루를 채우면 될 일이었다.
2018.05.
러시아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