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 3
날이 흐렸다. 비가 올 듯 하면서 우중충하기만 했다. 나는 거의 언제나, 흐린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빛을 잃은 사물들을 바라보면 우울해졌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분이 별로이면 거의 그도 그랬다. 그래서였는지 어째서였는지 우리는 말다툼을 했다. 이즈말롭스키 시장에 갔고, 사고 싶었던 예쁜 필름카메라를 샀고, 서브웨이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였다.
이번 일은 쉽게 몇 마디 언쟁으로 끝나지 않았다. 짧은 다툼 후에 나는 그보다 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상황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내 머릿속에 모든 것들이 다 엉켜있었고, 나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디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우리가 서로에게 날카로워졌는지 정리가 필요했다.
말은 없어지고 표정은 한없이 심각해진 나의 모습에 불안해하는 그가 느껴졌다. 계속 눈을 피하고 쳐다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는 거의 내 말을 들어주는 쪽인데 오늘은 자기가 좀 말을 많이 했다 싶었던 것 같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항상 그에게 불평도 불만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는데 어쩌다 한 번 이렇게 한 마디 해놓고 어쩔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이 짠했다. 우리가 싸웠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가 기분 나빴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며 할 말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런 그의 모습에 왜 싸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 시작했다.
지하철 안에서, 이곳은 시끄러워서 이야기하기 싫다고 하는 나에게 그는 내 입 바로 앞으로 귀를 가져다대며 검지손가락으로 귀를 톡톡 두드렸다. 내 마음에 무슨 소용돌이가 치고 있기에 내 표정이 이렇게 어두운 건지, 지금 당장 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간절함이 느껴졌다. 얼른 털어내고 다시 좋은 감정을 나누자고 맘졸여 바라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우리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지금 이 모습처럼, 관계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기꺼이 먼저 엎드리는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의 감정이 틀어졌던 그 일은 분명 이 마음보다 훨씬 작은 것이었을 거다.
20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