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어?" / 보스니아 모스타르, 스웨덴 말뫼

(4) 당신과 함께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 4

by 시소유

2018-07, 모스타르에서 체크아웃 하던 날



눈을 떴다. 그가 침대 주변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겨서는 '나 씻고 올게. 더 자.' 했다.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깼을 때 그는 다 씻고 와서 분주하게 짐을 싸고 있었다. 내가 몸을 일으켜 앉으니 나에게 다가와 뽀뽀를 하며 '잘 잤어?' 했다.



그는 '잘 잤어?'라는 말 만큼이나 달콤한 사람이다.


밤에 잠이 들어 아침에 눈을 뜨는 일, 잠 들어있는 8시간 동안 아무 일 없이 푹 잘 수 있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 주어 고마웠다. 내 잠의 안부를 물어주어 고마웠다. 나를 좀 더 잘 수 있게 해주고는 자기가 거의 모든 짐을 다 싸놓고도 그가 오직 궁금해한 것이 나의 안녕이라는 것이 참 고마웠다.


막 일어나 푸석푸석하고 꼬리한 내 입술에 먼저 일어나 이를 닦고 온 그의 향기로운 입술이 건넨 뽀뽀, 홀로 체크아웃 준비를 거의 마치고는 방금까지 잠만 잔 나에게 '잘 잤어?' 인사하는 그의 모습은 그 어떤 이벤트보다도 로맨틱한 일이다.




2018-07, 말뫼에서 체크아웃 하던 날



그저께 부터 나는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팔다리를 뒤덮은 두드러기 때문에 자다가 계속 간지러워서 깼고 한동안을 긁느라고 잠에 들지 못했다.


그는 이런 내 모습을 너무 안쓰러워했다. 아침 7시쯤 일어나 수건을 적셔서 갖고와서는 내 팔다리를 닦아주었다. 물이 묻으면 증발하며 열이 방출돼서 간지러움이 훨씬 덜하다면서 정성스럽게 팔다리 구석구석에 물을 묻혀 주었다. 그 후로 나는 두 시간 정도 꿀잠을 잤다.


어제 밤에는 그가 나보다 더 많이 깼다. 내가 조금만 긁는 것이 느껴져도 자기가 먼저 일어나서는 물티슈로 내 팔다리를 닦아주었기 때문이다. 잠결에 나는 몇 번이고 그가 일어나서 물티슈로 내 몸을 닦아주는 것을 느꼈고, 심지어는 싱크대로 가서 물티슈에 물을 더 묻혀와서는 더 많은 물기를 머금은 물티슈로 닦아주는 것도 보았다. 나는 그때 거의 잠들어있는 상태와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몇 번이나 그렇게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아주 여러번이었다는 것이다.


남편이 밤새 고생해준 덕분에 나는 어제보다 훨씬 잘 잤다. 아침 9시 반, 그는 언제나처럼 나보다 먼저 일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깬 것을 보고 다가와서는 아침을 먹을 거냐고 물었고, 그러겠다고 하니 능숙한 솜씨로 밥을 지었다. 내가 100일 기념 글을 작성해서 올리는 동안 그는 양파를 볶고 계란을 익혀 볶음밥을 만들었다. 그가 지은 밥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다 먹고 그는 설거지를 시작하며 '샤워하고 와' 했다. 나는 수건과 양치도구를 챙겨 화장실에 가면서 이 모든 게 참 고마웠다.



그는 자신이 날 위해 뭘 얼만큼 해주고 있는지 생색내지 않았다. 나를 위해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당연한듯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내가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점은, 그는 항상 내가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감사해 하면서 자신이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듯이 해낸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들쳐메고 길을 나서서는 철 없는 아들 같은 장난을 친다. 그러면 나는 또 금방 엄마가 된다.





2018.07.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모스타르

스웨덴 말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