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쿠 사람, 타미 / 핀란트 투르쿠

(6) 나는 왜 떠나왔는가 # 3

by 시소유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저녁 8시쯤 집에 돌아왔다. 타미는 숲에 블루베리를 따러가지 않겠냐고 물었고, 우리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다. 타미는 어제 저녁 대화에서 바로 옆 숲에서 블루베리를 마음껏 따먹을 수 있다고 자랑을 해놓은 참이었다.



타미와 그의 열세 살 배기 딸 미아, 일곱 살 배기 아들 빅토르, 그리고 우리 둘, 온 식구가 다 같이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올해 날씨가 비정상적으로 더운 바람에 아주 작은 크기의 블루베리 밖에는 없었지만 그 작은 베리를 똑똑 떼어 입에 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주 신기하고 즐거웠다. 집 바로 앞에 있는 숲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블루베리를 아무 때고 따먹을 수 있는 삶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더 좋은 베리를 맛보게 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타미가 아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빅토르는 산책을 좀 더 하고싶다고 말했고, 숲 산책을 마친 우리는 호숫가 쪽을 걷기로 했다. 호숫가 쪽으로 가니 마을 주민들이 지는 해를 등지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 어린 아이들도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어린 아가들 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이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타미가 저쪽에 음악이 나오는 곳을 가리키며 저곳은 '춤추는 곳'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저곳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댄스 수업 같은 것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뻗어보니 흰색 장막 같은 것이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구름 위에서 춤추는 천사들 같았다.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흰색 장막 아래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춤을 추러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빅토르는 걷다가 발견한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다가 총칼 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남편과 나는 그 놀이에 동참했다. 남편은 더 큰 나뭇가지를 줍더니 그의 칼싸움에 응대했고, 나는 그의 총에 실감나게 쓰러졌다. 그렇게 자연과 아이와 놀면서 걷다가 분홍 꽃들 사이에 둘러싸인 삐걱대는 나무 전망대 위에 올랐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 장면 속에 있는 우리 다섯 명을 아날로그 카메라의 필름 타는 소리와 함께 담아냈다.


돌아가는 길은 마구 달렸다. 어둠이 스며들면서 모기들의 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가 나올 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다섯 명이 다 같이, 악당에게 쫓기는 꼬마 아이들처럼 뛰었다.



오늘도 해가 지니 어김 없이 빅토르를 재우는 시간이 찾아왔다. 어제 밤에 보니 밤 열 시 쯤이 되면 타미가 빅토르 옆에 누워 이삼십 분 쯤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빅토르의 취침을 돕는 것 같았다. 열 시 반쯤이 되면 빅토르는 잠이 들었고, 그가 잠들고 난 이후에는 타미와 미아가 집 문 앞 계단에 걸터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어젯밤에도, 그리고 오늘 밤에도, 우리는 고요한 그 대화에 동참했다. 타미, 미아, 나, 그리고 남편, 우리 네 사람은 그 좁은 현관 앞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시간이 넘고 세 시간이 다 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밤에도 까만색이 되지 않는 군청색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이야기했다.





2018.07.

핀란드 투르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