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 6
우연히 연애 4개월 차 시절의 우리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영상 속 내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좀 달라보였다. 물론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 더 성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이유가 그것만이 아님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나는 좀 어색해보였다. 다소 날카로웠다.
그때의 내 모습을 마주하고 나니 내가 남편을 만나고 나서 얼마나 변화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연애를 시작하며 그에 대해 알아갈 때에 나는 그가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는 걱정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어서 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만 때로는 뒷일에 대해서 너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해서 실수하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완전 반대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종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늘 따라다녔던 터라 항상 모든 것을 미리서부터 계획하고 준비했고, 바로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늘 대비책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똑부러진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았는데, 내 예상 범위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했다. 이런 나에게 그의 삶의 방식은 충격적이었다.
“미리 대비하지 않아서 나중에 이런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해?”
“그럼 그때가서 생각하면 되지. 그때가서 다 어떻게 되게 돼있어~”
사실 이 차이는 아직까지도 우리가 다투는 부분이다. 내 눈에는 분명 더욱 조심해야하는 상황들이 보이고 그는 늘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 조심하고 덜 조심하는 것의 문제에서는 더 조심하는 것이 늘 옳기 때문에 항상 네 말이 맞지만, 그렇게까지 조심하고 살지 않아도 괜찮아!'하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내가 오랜 시간 그의 옆에서 지내며 편안해진 것은 그가 너무나 편안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떠나갈 것 같다며, 남자인 친구와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동아리 모임도 나가지 못하게 했던 옛 애인들과는 달리 그는 아무 걱정이 없었다. 그냥 날 믿었다. 세상 모든 일에 대해서도 그랬다. 그냥 다 잘 될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내가 그동안 가졌던 강박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그렇게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살아져. 내 머릿속에서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 애쓰지 않아도 세상은 순리대로 흘러가. 다 괜찮을 거야. 그는 자신이 그렇게 사는 것으로 나에게 이런 메세지들을 주었다.
또한 그는, 나를 조건 없이 사랑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게 된 이후부터는 그가 나를 사랑하는 데에 어떤 이유란 없었다. 그말은 즉, 내가 사랑받기 위해 해야하는 것, 되어야하는 바, 지켜야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나의 행동 중 그 어떤 것도 그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짜증을 낼 때에도 그는 내 짜증내는 얼굴이 귀엽다며 웃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 앞에서는 그 누구한테도 보인 적 없는 '온전한 나'일 수 있었다.
남편의 사는 방식과 사랑하는 방식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모든 것을 내 노력과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오만을 내려놓고 하늘의 섭리에 모든 것을 그저 맡기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시나브로 변해왔던 거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과거의 내 모습을 보니 확실이 알 수 있었다. 내 표정은 한결 편안해졌고, 눈빛은 부드러워졌으며, 얼굴은 더 예뻐졌다.
아내를 예뻐지게 하는 남편이 최고라던데. 어쩐지 우리 엄마, 해가 갈수록 더 예뻐지더라.
20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