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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Apr 17. 2018

고마워요 승표 씨!

[세계여행 Day 6] 대한민국 여수, 금오도/ 친구 홍승표

친구와 여행


오늘은 여수에서 남편의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승표 씨는 남편의 대학 동기이고 여수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여수를 지나간다고 하니 너무 반가워하시며 귀한 주말의 하루를 통으로 우리를 위해 비워놓으셨다.


우리가 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을 물으시더니 터미널로 데리러 와주셨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친구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우리는 승표 씨의 차를 타고 신기항으로 향했다.



함께 금오도를 여행하기로 했다. 승표 씨도 여행을 좋아해서 여수에서 근무하게 된 이후로 남해안 부근의 여행지나 예쁜 섬들을 많이 가보았는데, 그런 승표 씨도 금오도는 안 가보셨다고 하여 같이 가기로 했다.


차도 함께 배에 실어 함께 섬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한 시 반쯤 되니 다들 허기가 져서 남편이 챙겨온 뻥이요 한 봉지를 배 위에서 다 먹어버렸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점심 먹을 곳부터 찾았다. 줄곧 음악을 틀고 주행을 하던 승표 씨의 차 안에 갑자기 통화연결음이 울려퍼졌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네 과장님! 저 지금 금오도 왔습니다. 혹시 점심 먹을 만한 곳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세 명입니다.”


승표 씨가 전화를 건 분은 회사의 과장님이셨다. 전화를 끊고 승표 씨가 말해주길, 과장님은 이 섬이 고향이시라고 했다. 식당을 하나 추천해주셨는데 친구분이 하는 식당이었다. 처음 오는 곳에서는 아는 사람의 소개 하나하나가 참 귀하다. 우리는 이십오 분여를 달려 그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금오도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넘어갈 수 있는 안도라는 섬에 위치해 있었다.

단체 손님 한 팀이 막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중이었다. 우리는 잠깐 바깥 테이블에 앉아 그들이 다 나가는 것을 기다린 뒤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무 거나 먹어도 다 맛있는 전라도 밑반찬에 생선살이 가득 든 얼큰한 매운탕을 배불리 먹고 우리는 비렁길로 향했다.



금오도 비렁길


금오도는 비렁길로 유명하다. ‘비렁’이란 벼랑, 절벽의 방언이라고 한다. 우리는 학동에서 시작하여 3코스의 비렁길을 걸었다.


길은 험했다. 도보가 잘 닦인 길이 아니었다. 바위를 밟고 흙을 밟아 언덕길을 넘었다. 어제 비가 와서 흙이 날리지 않아 딱 걷기 좋은 바닥이라며, 산행을 좋아한다는 승표 씨가 웃었다. 선두에 가는 승표 씨를 따라 우리 부부도 열심히 걸었다.


바위 절벽을 만났다. 그야말로 절벽이었다. 그 어떤 난간도 없었다. 분명 매우 위험할 수 있는 곳인데도 생각보다 많이 무섭지는 않았다. 저 멀리 시선을 뻗으면 이 공간에 높고 낮음이란 없었다. 섬과 나만 존재할 뿐이었다. 시선이 닿는 곳은 섬이었고, 또 섬이었고, 내가 있는 곳도 섬이었고, 나도 섬이었다.


미세먼지가 뿌연 날인 게 너무 아쉬웠다. 340이 넘은 미세먼지는 기어코 수평선을 지워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숨겨놓았다. 먼 곳에 있는 섬들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쉬워하는 내게 남편이 그랬다.


“우리가 꼭 다시 금오도에 오도록 하려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한 번에 다 그 이쁨을 보여줘버리면 우리가 다시 안 올까봐!”


맞다.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이 길, 바위 절벽들, 섬의 테두리, 저 멀리의 수평선…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조금 더 선명하게 눈에 담고 싶다는 간절함을 가지고 분명 우리는 맑은 날 다시 이곳을 찾을 거다.


한 시간 반 정도를 걸어 매봉전망대를 찍고 다시 그 만큼을 걸어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차 근처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나왔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고양이가 오히려 더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내 다리에 몸을 비빈다. 그리고는 남편 다리로 가서 또 비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었다. 쓰다듬어주니 배를 보이며 드러눕는다. 이 녀석의 애교에 정신을 못차린 우리들은 오늘의 마지막 배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이 녀석과 놀았다.





“오, 이제 얼른 가야 막차 탈 수 있겠는데?”


승표 씨는 폭풍의 드라이브를 했다. 매표소에 도착하니 출발 시간 10분 전에 매표를 마감한다는 안내 문구가 써 있었다. 막차는 6시 30분인데 지금 몇 시지…? 6시 19분이었다. 휴우…


우리는 무사히 표를 구매할 수 있었고 간신히 배에 탑승했다. 놀랍게도 배는 6시 24분에 출발했다. 하마터면 정말 못 탈 뻔했다.



여행의 묘미


무사히 육지에 도착해서 승표 씨가 예약해놓은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그곳은 여수 시내에 있는 곳이었다. 여수시청 근처에 가니 정말 큰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이리로 회식을 온다고 한다. 정말 없는 게 없었다. 서울의 홍대나 신촌 거리를 닮아있었고, 유동인구도 많아 활기를 띄었다.



승표 씨는 엄청 좋은 회를 풀코스로 먹을 수 있게 해주셨다. 점심에 매운탕도 사주셨는데 저녁도 최고 좋은 걸로 사주신 거다. 바닷가에 왔으면 회를 먹어야하지 않겠냐며, 여수까지 왔는데 제일 좋은 회로 먹어야되지 않겠냐며, 여행자로서 꿈도 꿀 수 없었던 스케일의 최고급 회를 사주셨다. 안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승표 씨가 운전해주시는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여행했는데 식사 까지 대접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게 감사했다.


숙소에 도착한 후 오늘 정말 너무 감사했다고, 덕분에 여행도 너무 편하게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서 힘 많이 얻고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어휴~ 그렇게 감사할 필요 없어요! 여행하다보면 더한 도움도 많이 받을 거고 받은 거는 또 언젠가 누군가에게 돌려주면서 베풀면 되는 거니까 ㅎㅎ 그게 여행의 묘미잖아요.”





여수에서,

마음이 큰 승표 씨에게 여행을 배워 간다.


2018.04.15.

세계여행 Day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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