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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소유 Apr 20. 2018

"우리 지우랑 친한 사람들인데!"

[세계여행 Day 9] 대한민국 목포/ 친구 김지우와 그의 부모님

*친구 김지우는 나보다 세 살 위이고, 남편과는 동갑이다. 부를 때에는 '지우오빠'라고 부르지만 글에서 '오빠'라는 호칭을 계속 쓰는 것이 쓰기에도 읽기에도 불편하여 '지우'라고 썼다.



지우 아버님과의 첫 만남


며칠 전에 지우가 연락을 해왔다. 목포에 언제쯤 가냐고 물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려놨으니 자기 집에 가서 자고 가라고 했다. 지우는 목포에서 나고 자랐고, 부모님이 계신 본가가 목포에 있다.


목포 터미널에 도착해서 지우네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어린이집으로 갔다. 아버님께서 내려오셔서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현수, 예인이, 하시며 아들 친구들의 이름도 잊지 않고 불러주셨다.


아버님께서는 차에 짐을 넣어놓을 수 있게 해주셨다. 지우가 추천해 준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갈 거라고 했더니 걷기에는 거리가 꽤 된다며 아버님께서 차로 데려다주셨다. 우리는 큰 짐을 아버님 차에 두고 작은 짐만 챙겨서 내렸다.


점심은 꽃게살 비빔밥이었다. 양념게장에서 게의 살만 발라서 그릇에 담아주는데, 그것을 밥에 비벼먹으면 되었다. 빨간 양념에 뽀얀 게살이 쏙쏙 박혀있었다. 역시 게장은 남다른 밥도둑이 맞나보다. 평소에는 밥 한 공기를 다 먹지 못하는 내가 한 공기하고도 반 공기를 더 먹었다.

점심을 먹은 곳에서 십 분 정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평화광장에 가서 바다를 구경하며 앉아 쉬었다. 지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지우는 뒤에 보이는 풍경을 보며 이곳은 어디이고, 이곳은 어디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저어기 보이는 것이 영산강과 바다를 나누는 영산강 하굿둑이라고 했다. 어느 쪽으로 가면 박물관이 있고, 어느 쪽으로 가면 목포신항이 있고...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차를 가지고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근처에서 그린카(카 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차를 몰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좋은 기운


점심을 먹고 차를 한 잔 하자고 해주셔서 우리는 어린이집 2층으로 초대받아 올라갔다. 교사 사무실에 아버님, 어머님, 남편,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둘러 앉았다. 아버님은 어제 직접 볶은 커피라고 말씀해주시며 커피를 내리셨고, 어머님은 우리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하시며 피자를 내어 주셨다.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지우를 통해 서로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세계여행 중인 것과, 내가 글 쓰는 사람인 것을 알고 계셨다. 우리는 여행에 대하여, 어린이집에 대하여, 지우에 대하여,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부모님께서 두 아드님을 얼마나 마음 깊이 사랑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저녁 먹을 때 찍은 건데 아버님 어머님이 담긴 사진이 이것 밖에 없어 미리 올린다.

아버님은 멋진 미소 뒤에 바다 같은 따뜻함이 있으셨고, 어머님은 사슴 같은 아름다운 눈망울 뒤에 부드러운 강인함이 있으셨다. 사람에 대해 순수한 애정이 넘치는 지우의 귀한 성품이 어느 밭에서 어떤 햇살을 받으며 자라났는지 알 것 같았다.



목포 관광지도


부모님의 배웅을 받고 목포를 구경하러 출발했다. 지우에게 메세지가 와있었다. 출발한다고 연락을 했더니 대뜸 지도 사진 하나가 왔다. 눌러서 자세히 보니 목포에서 어디어디를 가면 좋은지, 어느 순서로 가면 효율적인지, 어느 길이 드라이브하기 예쁜지 직접 다 적어놓은 지도였다.


이럴수가. 어떻게 이런 것까지 만들 생각을 한 걸까. 정말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그 지도의 도움을 받아 너무나 효율적으로 목포를 즐길 수 있었다.

김지우 짱짱맨


목포신항만에 있는 세월호


어제는 팽목항에, 오늘은 세월호가 거치되어있는 목포신항만에 다녀왔다.


맥 없이 누워있는 세월호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저렇게 아무 힘 없이 스러져있는 저 거대한 물체가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간 살상 무기였구나. 스며든 죄악에 의해 조종당했던 세월호는 그 자신도 악의 기운에 자멸해버린 괴물 같이 보였다.

이곳에는 유가족 분들도 계셨다. 수 없이 많은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고, 진실 규명을 위한 끝 없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내가 진심으로 믿는 말이다. 진실은 언제나 가장 강하다. 분명히, 다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목포 구경


세월호를 본 후에 우리는 지우가 표시해 준 길 중 구도심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파란색 길로 향했다.


유달산의 둘레 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보니 왼쪽으로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건물들은 정스러웠다. 이곳은 목포 지역의 간척지가 생기기 전 도심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현재는 신도시가 많이 생겨났다.

구도심도 보고 노적봉도 보고, 코롬방제과에 가서 새우바게트도 먹었다. 그리고는 목포항 근처에 가서 영화 1987에 등장한 '연희네 슈퍼'에도 가 보았다. 그 근처도 완전히 옛날 건물들의 모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이었다. 과거의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을 것 같았다.


목포는 옛 것과 새 것이 적절히 어우러져있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지우 부모님과의 저녁


차를 반납하고 부모님을 다시 만났다. 부모님께서는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우리가 식사를 하러 간 곳은 하당 평화광장 쪽에 위치한 바지락 회 무침을 하는 곳이었다. 사람이 꽤나 많았다.

오이와 무 채, 양배추 등과 함께 양념에 버무려진 싱싱한 바지락 회가 정말 일품이었다. 밥을 비벼 먹으니 이것 또한 점심에 먹은 게장 만큼이나 밥도둑이었다. 여기다가 녹두바지락 죽과 바지락 국물도 나왔는데, 완전히 속 풀리는 건강식이었다. 반찬으로 나온 매생이전도 정말 맛있었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부모님은 속 깊고 정 많은 큰아들을 입이 마르게 칭찬하셨다. 지우는 동아리에서 알게 된 인연인데 동아리에서도 워낙 큰 애정을 갖고 활동해서 정이 많고 적극적이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모님께도 이렇게 잘 하는 줄은 몰랐다. 따뜻한 가정다.



갓바위


밥을 다 먹고 살짝 산책을 할 겸 갓바위가 있는 쪽으로 가자고 하셨다.


차에서 내려 갓바위 주변의 산책로를 걸었다. 밤이 되어 주변에 불이 켜지니 장관이었다.


이 엄청난 야경을 보여주려고 그동안 그렇게 흐렸나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았던 날, 우리는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짙고 깊은 푸른색 하늘, 그리고 그와 같은 색을 띤 바다는 파도가 만들었다는 예술 작품을 비추는 액자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마음껏 그 합작품을 감상했다.




우리 지우랑 친한 사람들


갓바위를 다 보고 차에 타 평화광장 쪽으로 다시 가니 마침 춤추는 바다분수가 나오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바다분수가 나오는 시간을 생각하시고 그에 맞게 움직이셨던 거다. 섬세하게 신경써 주시고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맞춰주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아버님, 너무 감사합니다. 저녁도 정말 맛있는 걸로 사주시고, 이렇게 좋은 것도 많이 보여주시고..."

"아~니~! 이 정도야 뭐... 우리 지우랑 친한 사람들이라는데!"


아들이 얼마나 예쁘면, 오늘 처음 만난 우리를 이렇게나 예뻐해주시는 걸까. 아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크시면, 아들이랑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 걸까.

서울에 떨어져 사는 아들이 참 보고싶으시겠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 현수 보니까 우리 아들들 생각나네~'하셨던 어머님의 말씀도 귓가에 울렸다. 나는 지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숨길 수 없는 아버님의 행복한 광대뼈

"아이고, 우리 장남~!"


아버님은 아들의 얼굴이 화면에 뜨자 만면에 행복한 미소를 띠며 '우리 장남'을 부르셨다.


긴 여행을 하는 우리를 항상 가슴 속 깊이 넣어두고 보고싶어 하실 우리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지우 없는 지우 집에서 지우 부모님과 함께

부모님께서는 귀한 손님이 온다고 어제 장도 보고 과일도 사고, 내일 아침밥을 위해 불고기도 재어 놓으셨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어머님이 정성스레 깎아주신 새 과일과 들어오는 길에 사갖고 온 맥주를 꺼내 아버님이 직접 공방에서 만드셨다는 식탁에 앉아 함께 먹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님은 우리의 여행이 너무 좋아보인다고 하셨다. 아버님도 몇 년 안으로 꼭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녀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님께 "우리도 절대 늦지 않았어!" 하며 웃으시는 모습이 꼭 모험을 앞둔 소년 같았다.





여행도, 삶도,

결국은 사람이 전부라는 것을 느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누어 줄 마음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18.04.18.

세계여행 Day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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