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바다

[Day 36] 러시아 바이칼호수

by 시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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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이 홀로 오롯이 맑았다. 서로 다른 색의 돌들이 물 밖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물 안에 있을 때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이 호수의 물이 마치 이 돌들을 더욱 맑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 존재도 그럴 수 있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호숫물에 손을 넣어보았다. 어디부터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호수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구름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호숫물이기에 가로 선으로 접힌 데칼코마니의 접힌 부분을 찾으면 그곳이 바로 경계였다.



깊고 넓은 것, 한없이 푸른 것이 바다와 닮았지만 어딘지 바다와는 달랐다. 바다가 다 자란 성인의 모습이라면 바이칼은 어린 바다 같았다.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이고 아직 강렬한 파도를 치는 법을 모르는 어린 바다. 사람은 크면서 속이 까매지고 가려지며 세상을 향해 맹렬히 파도치며 살아가게 되지만 이 호수는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어른이 되는 것보다 아이의 모습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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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세계여행 Day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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