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하루

16년 만에 처음, 개학 없는 3월의 어느날

by 시소유

지나가다 갑자기 멈춰서 가만히 생각을 하고

도서관에 앉아 이런저런 덮쳐오는 생각들에 눈물 흘리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그런 하루

단 하나도 무언가 생산적인 일이 없었지만 내 속에서 피어난 모든 말들에 응답해주었던 하루


가장 나다운 하루였다.


나는 혼잣말을 많이 한다. 물론 오늘도 그랬다.

혼자있어도 혼자 같지가 않다. 머리와 가슴이 자꾸 말을 걸어와서 이에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무엇 하나 나를 건들지 않는 것이 없어 나는 자꾸 움찔거리고 심장은 빠르게 뛴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 있다.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외부의 다른 무엇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날

내 안에서 솟아나는 것들을 뱉어야 하는 그런 날.

이 느낌과 함께라면 무언가를 쓰면서 밤을 새어도 피곤한 줄을 모를 것 같은 그런 날

내가 뭘 쓰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으면서 그냥 뭔가를 쓰고있다는 사실이 벅차오르고 그 사실이 나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가져다주는 날.


타자기 위에 있는 내 손이 하는 일은 내 머리의 응석을 받아주는 일

내가 지금 하는 것은 손으로 글을 뱉어내는 일.

내가 무언가를 쓰고있다는 그 사실에 눈물이 나는 일, 이것이 나의 일이다.


나는 누구일까.

끊임 없이 나를 푼다.



졸업한지 보름이 되었다.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낭만적일 수 있어서

마음껏 비생산적이고 마음껏 쓸데 없을 수 있어서 좋다.



2017.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