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전의 나와 이별하며

by 시소유
졸업을 했습니다.


대학이라는 시스템에 아직도 적응 못한 저 같은 사람한테도 졸업장은 주더랍니다. 130학점을 이수했네요. 엄청 궁시렁거리면서 다녔는데 그래도 학위는 받겠다고 발버둥치긴 했나봅니다.


GPA 3.07/4.5

A, B, C, D, F가 모두 있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성적표입니다. 그중에서도 C, D가 많아서 아주 '시들시들'한 성적표입니다. 소숫점 둘째자리로 GPA 3점을 넘겼다는게 아주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4.3만점으로 계산할 땐 2점대이고 4.5만점으로 하면 3점대가 되는 이 기묘한 학점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참 재밌는 일입니다.


숫자가 말해주다시피, 학업에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대신 저에게 대학은 '버티는 것' 을 알려준 곳이었습니다. 이 구린 학점을 자랑스럽게 공개할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 나의 최선이었음을 내가 알기 때문입니다. 이 3.07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이 4년을 버텨낸 것에 대한 벅차오름이기 때문입니다.


대학, 그 이후

4년을 버텼지만 지금도 버티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버티는 일들은 좀 미뤄두고 맘대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제는 누가 짜주는 시간표 말고, 누가 들으라는 수업 듣는 거 말고, 내가 짜는 내 인생시간표대로,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 맘껏 공부하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졸업 이후에 뭐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취업도 아니고 대학원도 아니니 일단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로 '놀아~'라고 하지만 사실 놀지만은 않으니 그렇게 대답하고 나면 너무 성의 없이 대답한 것 같아 마음이 살짝 불편하곤 했습니다.


저는 교육과 미디어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에서도 제 전공은 뒤로 제치고 교육학 전공과 언론학 전공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요, 그 분야의 공부를 조금씩 더 찾아서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 열심히 돈도 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무어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ㅎㅎ

아직은 무엇이 아닌 상태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지금 이대로, 그냥 자연스러운 '나'를 즐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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