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의 사람들

[Day 48]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by 시소유


일요일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사람들로 붐볐다. 저마다 예쁘게 꾸며 입고 연인과, 가족과, 친구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인파들이었다. 그중엔 우리 같이 먼 타지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간편한 차림으로 가까이에서 온 것 같은 현지인들이 더 많아보였다.


성 이삭 성당, 카잔 성당, 돔 끄니기 서점 등 상트 시내에서 보고싶었던 곳들을 둘러보는 중에도 우리의 눈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놀러 나온 젊은이들 등 사랑하는 이들과 즐거운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자주 보였다.



거리에는 락카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몸을 황금색으로 칠하고 동상 행세를 해서 모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그걸 보고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발길을 멈춰세우고 거리의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촌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내가 그 거리를 지날 땐 언제나 바빴다. 어디론가 가는 길이었고, 약속이 있었고, 수업에 늦어 달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나는 먼 길을 달려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걸 보기 위해 온 사람이었다. 이 도시의 정취를 느끼는 것이 나의 오늘 하루 유일한 할 일이었다. 귀를 사로잡은 곡이 끝날 때까지 음악을 들었고, 지금 시작된 이 락카페인팅이 슬슬 모습을 갖춰 가다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태어날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에는 신촌 거리에서도

발길을 멈추고 한 번 분위기에 취해봐야지, 생각했다.



2018.05.27.

세계여행 Day 48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