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예술, 예술이 만든 자연

[Day 49] 러시아 페테르고프 / 여름궁전

by 시소유

맑은 하늘에서 강한 햇빛이 내리쬐었다. 초록색의 단정하게 가꾸어진 나무들은 햇빛에 힘입어 양껏 활기를 띠고 있었다. 줄지어 서있는 나무들이 만드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분수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의 분수를 지나면 또 하나의 분수가 나왔다.


아랫공원 내부로 들어가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을 따라 숲길 사이로 걸었다. 무성한 나무 길이 끝나더니 엄마 분수가 나왔다. 앞쪽으로는 더 큰 아빠 분수가 있었다. 시선을 더 뻗어보니 수많은 아기 분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 공간의 아름다움에 기여하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궁전 앞으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이곳의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무지개를 찾아보세요!

분수 옆에 있는 조각들은 모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이 궁전, 이 공간도 전부 살아있는 듯 했다. 물이 삶을 의미해서인지, 물기를 머금은 이들은 생기가 넘쳤다. 하늘을 찌를 듯이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는 보는 이들에게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분수를 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적은 없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때로는 통일성있는 모습으로 허공을 박차고 나오는 물줄기들은 힘이 있었고, 아름다웠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에 생명력이 넘쳐 나 또한 정기가 샘솟았다. 기쁨의 탄성이 새어나왔다.




'자연인척' 하는 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의 생물들을 가져다 놓고 이렇게 저렇게 심어서 관광객들을 모아보려고 하는 그런 공간들 말이다. 인위적인 것, 사람의 욕심이 만든 것이라 여겨져 그곳들에 심어진연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이곳은 달랐다. 분명 인간이 만들어놓은 곳이었지만 이건 수백 년 간 이어진 고민과 예술의 산물이었다. 인위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건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 숨쉬는 예술이었다. 자연이 만든 예술이자, 예술이 만든 자연이었다.




공원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다보면 바다에 닿게 된다. 동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발트 해의 바닷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해수욕을 하기도 하고 선탠을 하기도 한다.


수백년 전, 저 궁전에 살던 이가 몸을 담갔을 이 물에 나도 발을 담가보았다.




날씨 좋은 날,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을 만나서 행복했다.


딱 저 나무들이 푸른 만큼

마음껏 행복했다.



2018.05.28.

세계여행 Day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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